美전문가 "한미 기술협력 중요한데…韓규제당국이 양국신뢰 훼손"

구글·쿠팡 사례 등 거론…"EU에 이어 韓이 美보복 대상 될 수도"
"양국 간 신뢰 위해 규제 갈등 누적보다 협상 통해 해소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25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인공지능(AI)·반도체·조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 규제당국의 정책과 집행 방식이 향후 양국 기술·통상 관계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컨설팅업체 크로웰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나이절 코리 무역·기술 담당 이사는 8일(현지시간) 미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nationalinterest) 기고문에서 "한미 경제 관계가 어느 때보다 긴밀해지고 있지만 디지털·경쟁정책을 둘러싼 마찰이 양국 간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정책연구소(NBRA) 비상근 연구원이기도 한 코리는 보고서나 미국 의회 청문회 출석 등을 통해 한국 의회의 플랫폼법 입법이나 한국 당국의 규제에 대해 미국 기업 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다.

그는 지난 7월 1일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의 '경쟁에 닫힌 시장: 미국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 보고서 발표 이후 한국의 규제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문제 제기가 더 구체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엔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무역·경쟁·디지털 규제 사례와 관련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이 미국 기업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단 주장이 담겼다.

코리는 "공정위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 가운데 역대 과징금 상위 10건 중 7건이 미국 기업 대상"이라며 "이들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이 해당 목록 전체의 95.5%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례로는 구글에 대한 최대 5억 5000만 달러 규모 과징금 가능성과 미 반도체 업체 아날로그디바이스에 대해 공정위가 의결 전 최대 3400만 달러 수준의 제재 가능성을 공개한 점 등이 이 보고서에 실렸다.

코리는 "단순히 기업 규모나 시장점유율이 크기 때문에 과징금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만으론 어떤 사건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고, 어떻게 공개되며, 이후 다른 규제기관 조사까지 이어지는지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팡 사례도 미국 측 우려를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코리는 "한국에서 10개 넘는 정부 기관이 쿠팡을 대상으로 수십 건의 조사에 착수했다"며 "6월 11일 개인정보 규제당국이 쿠팡에 한국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900만 달러의 데이터 관련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7월 9일엔 국세 당국이 약 2억 1300만 달러의 특별 세무조사 추징액을 부과했다"고 소개했다.

코리는 "미 정부와 의회가 (한국의) 이런 규제 문제를 더 이상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유럽연합(EU)의 구글 등 미국 기술기업 벌금 부과를 문제 삼아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발표한 사례와 미 행정부·의회의 대(對) 한국 경고를 열거하면서 "EU에 이어 한국이 다음 (보복) 사례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코리는 한미 양국이 반도체·AI·클라우드·조선 등에서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규제 갈등을 누적시켜 양국관계 전반으로 갈등을 확산시키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 등을 통해 규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미 동맹과 기술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