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충돌? 국내정치용"…총선 앞 네타냐후 '정치적 줄타기'

"이스라엘 안보 위해" 가자 평화안 공개 거부…국내 강경파 감안
트럼프에 등돌릴 순 없어…이스라엘군에 공습 중단 지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2026.6.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올 10월 총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국의 우파 지지층 사이에서 어려운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를 골자로 한 가자지구 평화안을 놓고서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하마스 무장해제 합의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데 대해 "자신의 가장 중요한 해외 우군인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면서도 우파 지지 기반을 잃지 않아야 하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는 지난달 하마스 측과 무장해제에 관한 합의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 합의엔 하마스의 무장해제에 맞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어 이스라엘 내에서 곧바로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전날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서라면 가장 친한 친구와도 맞설 수 있다. 내가 총리인 한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다"며 해당 합의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 전까진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군 철수는 불가하단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줄곧 "하마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약속해 왔다. 하마스의 공격 당시 이스라엘에선 약 1200명이 숨지고 250명가량이 인질로 끌려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내에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하마스와 마련한 최종 합의안에선 초안에 있던 '하마스는 어떤 무기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빠졌고, 하마스 지도부 추방도 명시되지 않았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처음 치러지는 10월 총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국내 정치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형편인 것이다.

이와 관련 NYT는 "최근 실시된 대부분의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우파 동맹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전체 120석 가운데 51~53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며 "정부 구성에 통상 필요한 61석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전직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창당한 신당이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단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전쟁으로 파괴된 주거용 건물 잔해 옆을 지나고 있다. 2026.8.5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공개적인 강경 발언과 달리 물밑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달 3일 평화위 고위 인사들과 만난 뒤 이스라엘군에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회동엔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평화위 가자 담당 고위대표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민방위 당국 관계자 또한 이스라엘군의 '마지막' 공습이 네타냐후 총리와 평화위 관계자들이 만난 3일 밤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도 네타냐후 총리와 평화위 관계자들의 이번 회동에 앞서 가자 공격공격 중단을 설득하기 위해 이스라엘 측과 접촉해 왔다고 한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의 외교특보를 지낸 님로드 노빅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국내적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작은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앞서 6월에도 이란 전쟁과 관련해 비슷한 선택에 직면했었다. 이란 전쟁은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이란과의 휴전에 합의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결국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중단했다.

랜드연구소의 시라 에프론 이스라엘 정책 책임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한편으론 지지층과 연립정부를 만족시키고자 하고, 다른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향후 가자 평화안의 성패 또한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의 지지층 가운데 어느 쪽 요구에 더 무게를 둘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