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배상금 내놔" 맞불…호르무즈 협상 다시 난기류
이란 "전쟁 피해 배상하라"에 트럼프 "50년간 피해부터 갚아라"
호르무즈 열려다 '배상금 전쟁'…협상 기대 후퇴에 유가 급등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이 이번에 상대방을 향해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정면충돌했다. 한때 임박했단 관측이 제기됐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가 '전쟁 피해 배상금'이란 새로운 암초를 만난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의 배상 요구와 관련, "그들이 50년 동안 끼친 피해에 대해 돈을 요구할 것"이라며 "배상해야 할 피해가 있다면 이란이 그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서도 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피해 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흥미로운 생각"이라며 "그렇다면 나도 이란이 도로변 폭탄과 여러 분쟁에서 죽이거나 중상을 입힌 모든 사람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바논과 시리아, 예멘,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사망과 피해에 대해서도 이란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내 반정부 시위 진압 관련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도 요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란의 배상 대상으로 언급한 사례 가운데 2000년 예멘 아덴항에서 발생한 미 해군 구축함 폭탄 테러의 경우 미 연방수사국(FBI)에선 당시 공격 배후를 이란이 아닌 알카에다로 지목했단 점에서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단 지적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맞불' 요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미국에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부터 자국을 공격해 입힌 피해를 완전히 배상하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한편, 국외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산을 풀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와 주변 해·공군 전력 철수, 이란과 역내 동맹 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도 이란의 해협 재개방 조건에 포함돼 있다.
이란은 특히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새로운 선박 항로를 정하기 위한 협상이 "최종 단계"(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에 접어들었다고 밝히면서도 오만과의 합의만으로 해협을 전면 재개방하진 않겠다고 못 박았다. 미국이 제재 해제와 배상 등 정치·경제적 조건을 먼저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처럼 이란이 협상의 모든 카드를 쥔 것처럼 행동하는 배경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경제적 압박이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올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였다. 이란은 전쟁 발발과 함께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이 해협 통항을 사실상 봉쇄했다.
이란은 전쟁 기간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군사시설과 지도부가 큰 피해를 봤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쥐면서 국제유가와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WSJ는 "이란은 높은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입장에선 시간을 끌수록 미국이 받는 경제·정치적 압박이 커지고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수개월간의 군사작전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통제력을 깨뜨리지 못했다. 로이터는 "올 7월 2주간 집중 공습을 포함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도 이란이 여전히 해협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역시 지상군 투입 등 이란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작전 확대엔 부담을 느끼고 있단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의 핵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호르무즈 해협만 완전히 다시 열리면 전쟁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미·이란 양측의 배상 요구가 맞부딪히면서 해협 재개방 협상 기대가 급격히 후퇴하자 국제유가도 뛰었다. 10일 브렌트유는 5% 오른 배럴당 87.7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2.13달러에 마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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