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합의 없어도 '이란전 승리' 선언하고 발 뺄 준비"

WSJ 보도…"참모들에 호르무즈 완전 재개방 명분으로 핵협상 포기 시사"
이란, 제재 해제·전쟁 피해 배상 등 요구하며 트럼프 '출구전략' 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8.0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될 경우 이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발을 빼는 방안을 검토해왔단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수 주 동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맞춰 전쟁 승리를 선언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으며, 특히 참모들에겐 핵합의를 체결하지 못하더라도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미군이 작년에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 3곳을 파괴했기 때문에 자신의 임기 동안 핵 프로그램을 복구하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시설을 재건하거나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미 정보기관이 포착할 수 있단 이유로 추가 공습 위협 자체가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아 종전 관련 후속 협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핵협상이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미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우선 초점을 맞추게 됐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승리'로 포장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8일 기준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2달러다. 1년 전엔 3.16달러였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자료사진> 2026.6.15. ⓒ 로이터=뉴스1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재개방 조건으로 미국에 대규모 양보를 요구하면서 이 같은 출구전략도 쉽지 않게 됐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최근 미국의 △대이란 위협·모욕 중단 △이란과 레바논·가자·예멘·이라크 동맹세력에 대한 군사행동 중단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와 이란 주변 미군 철수 △전쟁 피해 전액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이란의 국외 동결 자산 전액 해제 등을 이행해야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겠다고 밝혔다.

WSJ는 이란의 이 같은 강경한 요구가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를 다시 좁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현재 이란은 오만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에 새로운 항로를 설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만 측은 협상에서 믈라카(말라카) 해협 사례 등을 참고해 선박들이 해협 내 항행 지원이나 환경보호 등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 측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련 비용 부과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에 "낮은 강도로 대응하고 있다"며 "막대한 인플레이션에 돈이 없는 이란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 미 부통령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재래식 군사력, 비대칭 군사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고 평가하며 "이란이 미국과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장기적인 변화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지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에 그럴 의향이 없더라도 "괜찮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압박을 계속하고 중동에서 최대한 많은 석유와 가스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