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직 정보당국자들 "트럼프, 독재자 권력장악 방식 닮아가"

충성 요구·비판 억압에 '개인숭배' 우려…"민주주의 견제장치 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8.0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의 전직 정보·안보 당국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이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는 방식과 닮아가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고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억누르고 주변 인사들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한편, 행정부에 대한 제도적 견제 장치는 약화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FT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옛 소련권과 발칸 등에서 활동한 지국장 출신 폴 콜비는 "독재자들이 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는 데는 비교적 공통된 방식이 있다"며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직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이른바 '개인숭배'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2003~14년 CIA에서 중국·대만 문제를 주로 담당한 게일 헬트는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미국 여권과 250달러 지폐 등이 추진되는 점을 거론, "마오쩌둥조차 생전에 자기 얼굴을 화폐에 넣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들어간 250달러 지폐를 발행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고 재무부도 시안을 준비한 상태다. 다만 현행법은 생존 인물을 지폐 도안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실제 발행을 위해선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

콜비는 2016년 미국 내 권위주의 확산에 대한 우려 속에 만들어진 전직 국가안보 당국자 모임 '스테디 스테이트'의 회원이다.

CIA와 FBI, 국무부, 국방부, 국토안보부 출신 등 4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에 대한 제도적 견제 장치를 약화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이 미국 민주주의뿐 아니라 기업 환경에도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2기 들어 스테디 스테이트 회원이 늘었으며 상당수는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직 정보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자들의 보안 인가를 박탈하고 정보기관의 기밀해제 자료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CIA 분석관 출신 줄리아 컬리는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다"며 미국의 주요 제도들이 얼마나 약화했는지 사람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 손에서 권력을 빼앗아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FT는 일부 전직 당국자들은 미국의 오랜 민주주의 전통과 제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