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지난해 예멘 공습에 민간인 150명 숨져…국방부 은폐 의혹"

NBC 보도…"국방부, 의회 답변서 민간인 피해 발생 가능성 인정"

18일 예멘 서부의 라스 이사 석유 항구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 TV의 영상에서 캡처한 것. 2025.4.18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지난해 예멘에서 미군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지만, 미 국방부는 아직 사상자 발생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고 5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이 보도했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지난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연대를 선언하며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서방의 선박을 공격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3~5월 '러프 라이더'(Rough Rider)라는 이름의 공습 작전을 실시했다. 당시 작전 목표는 후티 반군의 지도부와 기반 시설을 파괴해 홍해 항로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군 공습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불거졌지만, 국방부는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의회의 정보 제출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데릭 앤더슨 국방부 특수작전·저강도분쟁 담당 차관보는 지난 3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해 4월 실시된 3차례의 공습이 "민간인 사상자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한에 따르면 앤더슨 차관보는 17일 예멘 서부 호데이다의 라스 이사 항구 공습, 28일 예멘 북서부 사다의 이주민 수용소 공습, 6일 민가에서 발생한 공습을 언급했다.

당시 공습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이 중 라스 이사 항구 공습, 이주민 수용소 공습으로 민간인 약 15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다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NBC에 전했다. 인권 단체들 역시 해당 공습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주민 수용소 공습은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규정 위반이나 미군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령관 지시' 조사를 별도로 진행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 국방부는 군사 작전에서 민간인 인명 피해와 관련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의회는 2019년 국방부에 민간인 피해 감소를 위한 포괄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최근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전문 인력을 90% 이상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공습 두 달 뒤인 지난해 6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워런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국방부는 2025년 3월 15일 이후 최근 예멘 내 미군 작전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만다 클라싱 국제앰네스티 미국 지부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은 형편없었다"며 "민간인 수십 명을 숨지게 한 예멘 이주민 수용소 공습 문제 해결에 있어 아무런 공개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는커녕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2027 국방수권법(NDAA)에서는 국방부가 3차례의 예멘 공습과 관련된 민간인 피해 조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국방부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의회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출장비 등 일부 예산의 집행을 보류할 수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향후 수개월 내로 2025년 한 해 동안 미군의 군사 작전으로 발생한 사상자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