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하면 물러설 줄"…이란 정권 이해 없었던 트럼프의 좌절

NYT 보도…"트럼프, 이란 이해 가장 부족한 美대통령"
"역대 대통령들도 이란관계서 실패 반복…강경세력만 득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통령 직속 군인 배우자 위원회 설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8.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이란과의 전쟁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고 정권 교체, 비핵화 등 기대했던 성과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전임자들처럼 이란 정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면서 전쟁 기간을 4~6주로 예상했다. 공습 첫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사살한 후 이란 내부 민중 봉기를 유도하면서 곧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6개월째로 접어든 전쟁의 종전 시기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내부적으로는 봉기 대신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로운 최고지도자로 선출되고 하메네이 사망에 대한 복수 의지로 더욱 결속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란이 미국의 공세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소비자와 세계 경제에 부담이 가중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란이 통행료 부과를 포함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사수에 집중하며서 협상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상대 약점 이용하는 트럼프…이란에는 안 통해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상대의 성향을 꿰뚫어 보고 약점을 이용하는 데 능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란 지도부가 그를 계속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이란과의 합의에 여전히 기대를 하고 있지만 전쟁 초와 같은 여유로운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그는 지난달 31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그들은 항상 대화하고 싶어 하지만 너무 자주 약속을 어긴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뿐"이라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이란에 불만을 내비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하메네이와 그의 측근들을 "미치광이", "합리적인 사람들", "미친놈들", "매우 영리하다", "완전히 미쳐 있다"며 계속 다르게 평가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케네스 폴락 정책 담당 부소장은 "트럼프는 이란 지도부를 가장 이해하지 못한 대통령일 수도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는 이란을 둘러싼 미국의 좌절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보다 이란과 합의를 원했던 대통령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강한 무력을 사용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어느 쪽도 그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중동 외교 전문가 데니스 로스는 "우리가 이란을 이해하는 것보다 이란이 우리를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서둘러 끝내려는 조급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란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역대 美대통령 이란체제 '과소평가'…전쟁 후 이란 관계 더 힘들어져

이란은 미국과 호르무즈 해협 및 핵 프로그램 등에 대해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협상에 나설 의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NYT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과의 '대타협'을 꿈꿨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좌절을 그대로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과거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란과 인질 협상을 시도하거나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체결하며 외교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으나 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반서방, 반미, 반이스라엘을 유지해 오면서 미국에 우호적인 인사가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미국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으로 그 거리가 더 멀어졌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대통령들도 이란과의 관계를 풀어내기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전 말로니 부소장은 "수십 년 동안 미국 정책 결정자들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강한 이념적 신념과 깊이 제도화된 권력 구조를 일관되게 과소평가해 왔다"며 "이번 전쟁으로 이란의 종교·군부 지도부의 권력은 오히려 강화됐고, 이란 내 실질적인 대안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