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왜 떨어졌나요"…美기업들 '헬리콥터 부모'에 골머리

WSJ 보도…"줌 회의 함께 참석하고 병가 신청도 대신"
"회사에는 독립성 부족 등 부정적 인상 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걷고 있는 직장인들(특정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2022.10.07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에서 Z세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학업을 넘어 취업시장 및 직장생활까지 부모가 개입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헬리콥터 부모'들이 성인 자녀의 커리어를 조종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업의 채용 담당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부모의 지나친 개입과 자녀의 독립성 부족을 지적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한 인력파견업체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스티븐 클라크는 건설 관련 일자리에 취업한 후 첫 주에 네 차례나 지각 및 무단결근을 해 해고를 통보한 신입사원의 사연을 소개했다.

클라크는 해고 통보 후 직원의 어머니가 전화해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며 거절하자 언쟁으로 이어졌고, 어머니에게 "이건 우리와 당신 아들 사이의 일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력서 서비스 업체 제티(Zety)의 수석 커리어 코치인 재스민 에스칼레라는 "코로나19 이후 가끔 부모가 면접에 동행하던 수준이 이제는 사실상 직장생활을 함께 조종하는 공동 조종(co-piloting)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부모들이 성인이 된 자녀 대신 입사 지원을 하거나, 줌 화상회의에 함께 참석하거나, 화면 밖에서 지켜보며 어려운 대화를 돕거나, 복리후생 설명을 함께 듣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채용되지 않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경우 혹은 건강보험 선택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회사에 전화를 하며 자녀 대신 병가를 신청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는 지난 6월 전국 회의에서 부모들의 개입을 공식 의제로 다루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부모가 대신 전화하거나 면접에 동행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인사담당자들의 절반 이상이 손을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은 자신들의 개입에 대해 잘못된 행동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조언이나 인맥 소개처럼 과거부터 해 온 지원의 연장선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취업이 매우 안 되거나, 사회불안 장애나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대우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개입한다고 주장한다.

채용 담당자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며 회사 입장에서는 입사 후에도 부모가 계속 회사에 연락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개입은 거의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미주리 대학을 졸업한 폴 브랜슨(22)도 부모들의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자녀의 면접에 동행하거나 대신 회사와 연락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추세는 우리를 누군가가 손을 잡아줘야만 하는 사람들처럼 보이게 만드는 고정관념을 낳아 오히려 우리 세대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