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격 보류하고 협상 재개…호르무즈해협 최대 변수
美 대규모 공격 취소로 중동 중재 본격화…6월 양해각서 복원 추진
호르무즈 놓고 '자유 항행' vs '주권 관리' 충돌…군사 긴장은 여전
- 최종일 선임기자, 강민경 기자,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강민경 김지완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새로운 외교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대이란 공격 계획을 보류하고 협상 재개를 선언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도 확전을 막기 위한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협상의 최대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운영권과 개방 방식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견해차는 여전히 크다. 지난 6월 한 차례 마련됐던 휴전과 양해각서(MOU)가 무산된 전례도 있어 이번 외교 움직임이 실제 휴전 정착과 전쟁 종식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은 월요일(3일) 오후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지금 협상 형태로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장소와 참석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 일부 중동 국가들이 공격 보류를 요청했다며 예정됐던 대규모 군사 작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계획된 작전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협상의 핵심 목표로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완전한 재개방과 이란 핵 위협 종식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동맹국들의 우려가 공격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군사 행동보다 합의를 선호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란이 미국에 공격 중단을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를 "새로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며 군이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국영 뉴스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언제나 국가 이익과 안보를 기준으로 행동한다"며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위협과 압박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새로운 협상의 출발점으로는 지난 6월 17일 파키스탄 중재로 체결됐던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가 거론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재 노력에 관여하는 한 지역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안에 미국과 이란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기존 합의를 가로막았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합의안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등의 걸프 국가 및 요르단 공격 중단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해제 △이란 원유 수출 허용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며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채널12도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새로운 호르무즈 해협 합의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안된 방안에는 △휴전 복원 △호르무즈 해협 60일간 통행료 없는 개방 △새로운 선박 항로 설정 △6월 양해각서를 기반으로 한 미·이란 협상 재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6월 양해각서는 최종 평화협정이 아니라 포괄적 합의를 위한 협상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휴전 연장과 함께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이란 원유 수출 허용,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이란은 6월 합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서명된 양해각서는 최고국가안보위원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지혜의 결과이며 모든 구성원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양해각서가 앞으로 우리 외교 관계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적이 자신이 서명한 내용을 지키도록 강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먼저 합의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는 이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해상 봉쇄 해제와 원유 수출 허용 등 약속을 지킬 경우에만 자신들도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상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협상의 성패는 결국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식을 둘러싼 타협 여부에 달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전쟁 이전에는 국제 항로를 통한 자유로운 통항이 이뤄졌지만, 전쟁 발발 이후 이란은 해협 통제를 강화했다.
미국은 국제법에 따른 자유로운 항행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 해안 인근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은 이란의 관리 체계와 승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가이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은 2월 28일 전쟁 이전 상황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과 오만은 새로운 항로에 대한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북쪽 항로나 남쪽 항로가 아니라 양측의 주권적 권리를 존중하고 이란의 국가 이익과 안보를 보장하는 새로운 항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만과의 새로운 항로 합의가 곧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MOU에 따라 60일간 통행료 없는 통항을 보장하기 위한 특별 항로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오만 해안 쪽에 별도 항로를 추진하면서 이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반발했고, 이후 다시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는 것이 이란 당국의 설명이다.
외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군사적 긴장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걸프 국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랍에미리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들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호르무즈 해협 장악이나 지상 작전을 검토하기 전까지는 타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군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보류 결정 이후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채널12는 이스라엘군이 이란이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이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안보내각 구성원인 엘리 코헨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역내 상황과 관련해 긴밀한 안보·정보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거나 탄도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려 한다면 우리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 워싱턴 소재 비영리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로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에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 고조를 예고했다가 반복적으로 물러난 탓에 미국의 명확한 전략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이란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확전 위험 때문에 물러났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6월 양해각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방식에 대한 모호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다시 충돌이 발생했다"며 "해협 개방과 봉쇄 해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다면 이번 발표 역시 또 다른 일시적 휴전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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