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자세 도입 혼란…30년 실거주자에 6000만원 엉터리 고지
100만명 부동산 명단 공개 후 '피에다 테러' 공포 확산…항의 빗발
맘다니 시장 "부자만 겨냥" 약속 무색…주정부-시정부 책임 떠넘기기 양상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뉴욕시가 고가 다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이른바 피에다테르(pied-à-terre·두 번째 집) 세금 정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유층의 고가 별장을 겨냥한 '부자세'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실거주자들에게까지 수천만 원대 세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편물 잘 확인하세요(You've got mail)"라며 자신만만하게 정책 시행을 알린 지 불과 며칠 만의 일이다.
혼란은 뉴욕시 재무부가 법률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약 100만 채의 부동산 소유주 명단과 주소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시 당국은 이 중 1만7000여 명에게 "새로운 부가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발송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상자 선별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다.
뉴욕포스트는 이 상황을 '피에다테러(Pied-a-terror)'라고 꼬집으며 시민들의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2년부터 뉴욕에 거주해 온 캐런 영은 최근 시 당국으로부터 황당한 편지를 받았다.
50년 넘게 살아온 자신의 유일한 집에 대해 피에다테르 세금으로 약 4만3000달러(약 6200만 원)를 내라는 내용이었다.
영은 NYT 인터뷰에서 "모욕감과 분노를 느끼며, 솔직히 매우 상처받았다"며 "유권자 등록, 운전면허, 배심원 소집 등 모든 것이 이곳으로 오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고지서를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억울한 고지서를 받은 시민들은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의 이의 신청 마감일은 내달 21일, 코업(co-op)은 24일로 기한이 촉박한 데다 온라인 신청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원성을 샀다.
영 또한 변호사를 통해 서류를 준비했지만, 시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료를 올리려다 실패했고 작성하던 내용이 저장되지 않는 등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 세금 도입에 찬성했던 게일 브루어 뉴욕시의원조차 1994년부터 살아온 자기 집이 명단에 오른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브루어 의원은 "1년 365일 여기서 살았는데 왜 명단에 올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모든 것에 예민해져 있는 시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당초 이 세금은 뉴욕시의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맘다니 시장이 손잡고 추진한 정책이다.
뉴욕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고가의 주택을 소유한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어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호컬 주지사는 명단 공개 논란에 대해 "특이한 일이 아니다. 모든 재산세 관련 정보는 항상 공개돼 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행정 혼란이 커지자 주 정부와 시 정부 간 책임 공방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주지사 측은 "세금 징수 방식과 홍보에 대한 모든 질문은 시청이 답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뉴욕시의 낡은 부동산 가치 평가 시스템과 신탁·법인 명의 부동산을 무분별하게 겨냥한 엉성한 행정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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