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교전 멈춘 채 물밑외교…중재국 주도 호르무즈 해법 모색
미군 13일 연속 공습 뒤 나흘째 공격 중단…이란도 보복 중단
오만 등 중재국 "호르무즈부터 풀자"…트럼프 "이란과 좋은 대화 중"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이 지난 주말 이후 일단 소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이란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 협상 재개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2주 가까이 이어온 대이란 공습을 중단한 데 이어 이란도 미국이 공격하지 않는 한 보복 공격을 멈추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만간 대화 공간이 다시 열릴 수 있단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일대 상선 공격을 이유로 지난 23일까지 13일 연속 이란 남부 지역 군사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이어오다 나흘째 추가 공습을 멈춘 상황이다. 이에 중동 역내 미군기지·시설을 겨냥한 이란 측의 미사일·드론 공격 역시 중단됐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발적 휴전이 지속되는 한 이란도 공격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도 군사적 압박보다는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무언가 일어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보도된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란과 "매우 깊은 대화"를 하고 있다며 최근 공습을 멈춘 것은 중재국과 역내 국가들이 외교에 다시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관련 대화는 이란과 중재국 오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카타르·파키스탄·이집트와 미국 측 인사도 일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 외무부에 따르면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은 이란·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집트 외무장관과의 연쇄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항행과 공급망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합의"를 정치·외교적 방법으로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24~25일엔 이란과 오만 고위 당국자들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직접 만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양측 협의에 진전이 있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미·이란 간 협상을 다시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최근 충돌의 직접적 발단이 된 호르무즈 해협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 중재국 파키스탄·이집트·카타르 관리들이 호르무즈 해협 관리에 대한 이견을 해결할 수 있는 제안을 내놓았으며, 이란과 오만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종전 양해각서(MOU) 부활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이날 "현재 미국과는 어떤 협상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 또한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올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따라 전쟁에 돌입했던 이란은 지난달 17일 미국과 역내 휴전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하며 해협 통항 선박들에 지정 항로만 이용할 것을 요구, 미국 등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무력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이 때문에 핵프로그램 등 다른 의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한 상태다.
다만 바가이 대변인은 "중재국들이 미국 측 메시지를 전달할 순 있다"며 이란이 외교를 포기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란이 일단 중재국들과의 간접 접촉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일정 부분 정리한 뒤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란 측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는 "미국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과 오만 등 중재국 간 협의가 성과를 낸다면 그동안 반복됐던 '협상-충돌-협상'의 악순환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다시 군사적 충돌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란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매우 강력한 군사 행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이란 간 직접적 충돌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현지에선 역내 이란 연계 무장세력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중동 정세를 뒤흔드는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동부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 시도가 있었다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를 공격주체로 지목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도 사우디 내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28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백악관 회담도 향후 중동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방미에 앞서 이번 회담의 최우선 의제가 이란이라고 밝혔으며, 이스라엘은 이란이 다시 공격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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