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마이크론 中메모리 로비전에 트럼프 난처…'물가 잡기' vs '제조업 부활'
애플 "中 반도체 쓰게 해달라" vs 마이크론 "美 제조업 또 몰락한다"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도입을 추진하는 애플과 이를 저지하려는 마이크론 간의 로비전이 격화하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최근 몇 주 동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애플 임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찾아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애플 제품에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를 사용하는 방안을 설득하고 있다.
애플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들의 메모리 제품을 도입하면 수급난을 완화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YMTC는 이미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라가 있으며, CXMT 역시 국방부의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포함된 상태다.
이에 미국의 대형 메모리 제조업체 마이크론이 반발하고 나섰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 등 마이크론 임원들은 러트닉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애플의 제안이 국내 산업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론 측은 공장을 더 빠르게 건설하고 국내 투자를 늘려 메모리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PC와 가전제품 등 최근 전자기기의 가격 상승이 단순히 메모리 가격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간 애플은 메모리칩 최대 구매자의 지위를 이용해 마이크론 등 공급업체들에 최저가 부품 공급을 압박해 왔다. 메모리 업체들 역시 생산 시설을 최대 가동률로 유지하기 위해 애플의 막대한 물량 주문이 필요했다.
이때 협상은 서로 악감정이 쌓일 정도로 험악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메흐로트라 CEO가 과거 또 다른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를 이끌던 시절 생긴 애플에 대한 반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그러나 최근 AI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협상력이 크게 올라갔다. 애플은 AI 인프라 확대에 나선 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물량을 싹쓸이하면서 부품 수급난을 겪고 있다.
애플은 현재 80%를 넘어서는 마이크론의 매출총이익률이 부당한 가격 인상의 증거라고 보고 있다. 또한 마이크론이 공급 확대를 위한 재투자를 빠르게 하지 않고 있으며, 생산 능력을 증설하더라도 빅테크에 우선 배정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이크론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미국 내 2500억 달러(약 37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애플이 과거 메모리 시장 침체기에 업체들을 쥐어짜 현재의 공급 부족 씨앗이 뿌려졌다고 지적한다.
두 회사는 백악관 연회장 신축에 기금을 내는 등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쿡 CEO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 받침대가 달린 유리 명패를 전달했다. 이달 초 마이크론은 신생아의 미래 자산 형성을 위한 '트럼프 저축계좌'에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의 국내 투자를 확대해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의료기기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산업계가 메모리 공급 부족 해결을 위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지키는 동시에 미 국민을 위한 투자와 경제적 안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이번 로비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소비자를 위한 가격 인하'와 '국내 반도체 생산 증대'라는 두 가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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