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이란전쟁에 지친 트럼프…외교 접고 '복수 모드'

최근 이란 지도자들 '쓰레기' '미치광이'라 불러
MOU에도 공격 감행해 이란에 대한 신뢰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우산을 들고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2026. 05. 22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란과의 전쟁이 5개월째 접어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점점 외교적 해결책에 회의를 느끼며 이란에 대해 복수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지도자들을 향해 '쓰레기' '미치광이'라고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몇 주면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과 달리 끝이 보이지 않게 전쟁이 지속되자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고위 참모들은 아울러 전쟁이 물가 상승과 지지율 하락, 미군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며 다가오는 중간 선거도 암울할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휴전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는 “이란 문명을 끝장내겠다”고 위협한 뒤 휴전을 선언했고,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도 발표했지만, 곧바로 전투가 재개됐다. 최근에는 이란이 군사력 외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협상에 회의적인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복수 모드'에 빠져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양측은 지난 2주간 교전을 이어가며 긴장감을 높였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자 유가가 급등했고, 트럼프는 “대규모 군사적 응징”을 경고했다. 미군은 중동에 병력과 무기를 증강 배치하며 추가 공세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은 상선 공격과 미군 살해로 양해각서를 깨뜨렸다. 대통령은 테러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란과의 갈등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불만을 토로했고, 때로는 측근들에게 네타냐후 총리와 대화하거나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고위 행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참모들에게 “이란과의 협상은 진전이 없는 데다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미국이 협상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란은 다시 공격을 감행해, 외교적 해법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점점 약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양해각서(MOU) 서명에 크게 고무됐다. 그래서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란은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지만, 이들의 의견을 일축했고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고 공화당 측근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주요 협상가인 재러드 쿠슈너와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여전히 합의 가능성을 믿고 있지만, 다른 참모들은 평화 협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는 보수 진영 내부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잉그래험은 방송에서 “중간선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고, 스티브 배넌은 “네타냐후가 우리를 거짓으로 가득한 끔찍한 전쟁으로 끌어들였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전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제 이슈로 초점을 옮기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중동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들의 운구 행사에 참석한 뒤 조지아로 이동해 “트럼프 계좌” 등 생활비 절감을 위한 정책을 홍보했다. 그는 “기름값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며 대중을 안심시키려 했고, 참모들에게는 석유업계와 주유소를 압박해 가격을 낮추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측근은 “트럼프는 강력한 폭격으로 이란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마이클 매콜 의원은 “대통령은 이란에 평화의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 이제 원래 계획인 군사 작전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