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이란 충돌 격화…후티 참전으로 유가 100달러 재돌파(종합)

이란, 요르단 내 美 기지 공격…미 "13일 연속 야간 공습 개시"
트럼프, 후티 사우디 유조선 공격에 "이란에 책임 묻겠다"

홍해 연안에 위치한 사우디 얀부 항의 원유 시설. 2026.03.04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신기림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이 서로를 향해 한층 강력한 군사적 공세와 응징을 경고하면서 중동의 정전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상 운송로를 겨냥해 공격에 가담하면서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에너지 공급망을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후티 반군의 해상 공격에 책임을 묻겠다며 "조만간 대규모 군사적 응징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는 대규모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며 "결정을 내리는 데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 작전보다 더 큰 규모의 공습이 포함될 수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결정 시한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관리 2명도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며 미군에 새로운 명령도 하달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내가 요청하면 2분 안에 참전할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의 추가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이란을 상대로 13일 연속 공습을 벌였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이번 작전이 이란의 상선 위협 능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란군은 미국이 자국의 인프라와 해안 지역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지 않는 한 보복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쿠웨이트와 이라크 국경 인근 등에서 미군 자산을 겨냥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전면전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이 보유하고 통제하는 동결된 이란 자산을 역내에서 발생한 선박과 화물 피해를 보상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을 이란에 직접 부담시키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이란의 반발을 더욱 키워 보복과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위기의 새로운 도화선은 후티 반군의 참전이다. 후티는 사우디 항구에 대한 봉쇄를 선언한 뒤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 '엔셀리아호'와 '라일라호'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사우디가 원유의 우회 수출로로 활용해온 홍해 항로마저 위협받은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라는 두 개의 핵심 해상 운송로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은 급격히 커졌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약 7% 급등하며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는 휴전과 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70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잠정 합의가 무너지고 전쟁이 재개되면서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이어졌다.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뿐 아니라 운송비와 생산비가 함께 상승한다. 이는 소비자물가 전반을 자극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을 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며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하나의 위기가 다른 위기를 키우고, 하나의 긴장이 다음 긴장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도 에너지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에 "매우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휴전은 물론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도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는 데다 고용시장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이 경기보다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보다 9월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82%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 53%에도 못 미쳤던 확률이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증시는 중동의 확전 우려와 유가 급등에 더해 알파벳과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인공지능 투자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6.93포인트(0.97%) 내린 5만1711.6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하락한 7408.3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15% 급락한 2만5137.69를 기록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