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 '경제 생명줄' 해외 의료단 제재…"강제노동·인신매매"

50개국 대상 의료인력 지원…美, 파견국 압박 강화

7일(현지시간) 정전으로 어두컴컴한 쿠바 아바나 거리의 모습. 2026.07.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쿠바에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쿠바 정부가 파견하는 해외 의료단 사업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날 웹사이트 공시에서 호세 안헬 포르탈 미란다 쿠바 보건부 장관 등 쿠바 정부의 에너지·금융·해외 의료 분야 관련 기관 9곳과 개인 2명을 특별제재대상(SDN) 목록에 올렸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쿠바의 해외 파견 의료단이 '강제노동·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쿠바가 "본질적으로 강압적 법률과 경제적 여건을 악용해 노동자들이 노동 수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조종하거나 강요하는 한편, 수용국이 지급하는 임금의 50~95%를 몰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한 "오늘 제재된 이들은 쿠바 정권과 그 조력자들에 대한 미국의 기존 제재를 회피하려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구 대비 의사 비율이 세계 최대 수준인 쿠바는 지난 수십년간 50개국 이상에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해외 파견 의료단 사업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 의료진 2만 4000명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 정부는 의료단을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혜국 정부들이 지불하는 인건비 덕분에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려 왔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기준 쿠바에 70억 달러(약 10조 3400억 원)의 수익을 가져다준 '경제 생명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가 의료진을 파견하는 국가들에게 계약을 종료하거나 축소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카리브해 지역 순방 중이던 루비오 장관은 쿠바의 파견 의료진을 "인신매매 부대"라고 부르며 역내 국가 지도자들에게 계약 종료를 요구한 바 있다.

미주인권위원회(IACHR) 보고서에 따르면, 쿠바 의료진은 파견국이 쿠바 당국에 지급하는 인건비의 2.5~25% 수준의 금액만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은 4월 "미국 정부가 허위 사실을 내세워 중남미 국가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