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사우디는 농축 되고 한국은 안되나…트럼프의 핵 이중잣대"

원전 없는 사우디엔 농축 허용, 26기 韓엔 불허…동맹 균열 우려
단순 연료 문제 넘어 '핵 잠재력' 확보 포석…한미 협상 새 뇌관으로

작년 11월 미 백악관에서 만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11.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자력 협정으로 우라늄 농축의 길을 열어주는 가운데, 미국이 수십 년간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모범적으로 협력해 온 한국에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아직 원자력발전소조차 짓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라늄 농축 권리를 허용하면서, 이미 26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핵심 동맹국 한국의 정당한 요구는 계속 묵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정학적·안보적 리스크가 훨씬 높은 사우디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침투적 사찰마저 면제해주는 이례적인 양보를 결정했다.

반면 한국은 핵 기술의 군사적 전용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증명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엄격한 사찰을 성실히 받아왔다고 NYT는 짚었다.

NYT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면 우리도 만들 것"이라며 핵무장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혀온 인물인 점도 언급했다.

반면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 속에서도 비핵화 원칙을 지키며 미국의 안보 공약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해 왔다.

이런 미국의 행보에 대해 한국 내에서는 단순한 원전 연료 공급망 확보를 넘어 안보적 관점의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외교 정책으로 미국의 '핵우산' 신뢰성이 흔들릴 경우에 대비해,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핵 잠재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우라늄 농축 권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하는 것이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NYT에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 규범보다 지정학적 거래를 우선시할 의향이 있음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1970년대 미국의 압력으로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 이후 1972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2015년 협정 개정 시에도 미국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족쇄가 채워졌고 이후 원전 연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국토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한 정치적 논쟁거리로 떠오른 상황에서 재처리 기술 확보는 경제적으로도 절실한 과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민간용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며 연료 확보를 돕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이는 포괄적인 표현에 그쳤을 뿐, 한국 영토 내 시설 운영 여부 등 핵심 세부 사항은 미결 상태로 남았다. 이후 별도의 무역 분쟁으로 논의가 중단됐다가 지난달에야 실무 협상이 재개된 상태다.

결국 미·사우디 핵협정은 향후 한미 협상 테이블의 중심에 놓일 전망이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목요일 "원자력 분야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정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NYT는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의 요구를 외면할 경우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에 심각한 마찰과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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