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외공관에 '美 AI 무기화' 우려 대응 지시…"소버린 AI는 낭비"
앤트로픽 수출통제에 각국서 'AI 킬스위치' 우려 확산
美 "각국 통제 우려 과장돼…'디지털 주권' 정책도 반대"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앤트로픽 수출 통제 조치 이후 미국산 인공지능(AI) 기술 의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자, 미 국무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설득 지침을 외교관들에게 하달했다고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국무부 내부 전문을 통해 외교관들에게 미국 정부가 AI 모델 접근을 임의로 차단할 수 있다는 '킬 스위치' 논란에 반박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12일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페이블과 미토스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모든 외국 국적자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했다가 약 3주 만인 이달 1일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주요 기업들이 차세대 AI 모델을 공개하기 전 30일간의 사이버보안 검증을 자발적으로 받도록 권고하는 AI 규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 기업이 개발한 AI 모델에 의존하는 유럽·아시아 동맹국에 미국의 기술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전문은 앤트로픽 수출 통제 조치 등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외교관들이 각국 정부에 AI 통제 우려가 과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도록 지시했다.
전문은 "강력한 신기술을 출시하기 전에 제한적 사용을 일시 중단하거나 30일의 시험 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킬 스위치가 아니다"라며 "'마법의 버튼' 같은 것은 없다. 이러한 주장은 과장됐으며 미국 기술 정책의 세부 맥락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은 이어 각국 정부에 미국산 AI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제품으로 홍보하고, '소버린 AI'(주권 AI) 구축 노력은 '시간과 자원의 낭비'로 묘사하도록 지시했다.
전문은 "미국 AI 기업들은 백도어(무단 접근) 위험을 최소화하며 안전한 공급망을 갖춘 독립적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할 수 있다"며 "그들이 구축하면, 그것은 당신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문은 외교관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 기술기업의 해외 시장 접근 제한 △현지화 요건 부과 △망 사용료 부과 △콘텐츠 검열 등 현지 규정 준수 요구 등 '디지털 주권' 정책에 반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동맹국을 상대로 한 관세 등 강압 정책 때문에 'AI의 경제 무기화'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지경학 센터의 에드워드 피시먼 소장은 AI 통제의 근거가 됐던 '안전상의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적대국과 동맹 모두에게 강압적 도구를 휘두른 탓에 국무부의 설득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유럽의회의 최대 교섭단체 유럽국민당(EPP) 소속 아우라 살라 의원은 "그들은 우리에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며 유럽이 "하룻밤 사이 외국 정부가 차단할 수 있는 접근 권한 위에 기술 기반을 구축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로이터통신의 논평 요청에 지난달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발표한 기고문을 제시했다.
헬버그 차관은 기고문에서 세계 각국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을 "자급자족주의"라고 부르며 "이들이 달성하는 것은 이른바 '디지털 주권'이 아니라 일종의 동기화된 평범함"이라고 비판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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