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2020년 대선 때 美 유권자 파일 2.2억건 탈취"(종합)
"바이든 위한 불법 투표용지 제작 시도"…DNI 등에 은폐 조사 요청
中 "美 선거 개입한 적 없어"…공개 문건·정보당국 평가와도 일부 배치
- 류정민 특파원, 강민경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 전후 2억 2000만 건의 유권자 정보를 불법적으로 탈취하고,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위한 불법 투표용지 제작까지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정보국(DNI)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에 관련 정보가 은폐된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중국은 2020년 선거 주기부터 수년에 걸쳐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여겨지는 선거 데이터 침해를 수행했고, 그 결과 미국 유권자 파일 2억 2000만 건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억 2000만 건은 사실상 미국 전체 등록 유권자 규모와 맞먹는다. 미 선거지원위원회(EAC)에 따르면 2024년 대선 당시 미국의 활성 등록 유권자는 2억 1100만 명 이상이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억2000만 건의 유권자 파일이 미국 전체 유권자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정보 자료는 중국이 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데이터 착취 부대를 별도로 지정했다는 사실까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FBI가 2020년에 입수했지만, 관료들에 의해 묻힌 정보에는 중국의 활동이 조 바이든을 위한 불법 투표용지 제작 시도까지 포함됐다고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중국이 2018년 미국 중간선거와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며, 미국 기업인들과 기자들을 대상으로 반(反)트럼프 활동을 벌였다는 CIA 등의 관련 보고서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선거 개입 관련 CIA·NSA(국가안보국) 보고서 수십 건이 대통령 브리핑에서 제외됐다"며 "대통령과 의회, 미국 국민에게 관련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나는 DNI와 법무부, FBI, CIA에 이처럼 중대한 정보가 어떻게, 왜 숨겨졌는지 조사하고, 은폐에 관여한 사람들을 해고하며, 적절하다면 형사 기소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 전자투표 시스템과 개표 시스템이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외국 세력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는 내용의 정보당국 평가 문건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적대국들과 비국가 행위자들이 미국 선거 인프라를 침해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심장을 겨냥한 사이버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토안보부(DHS)가 연방선거 유권자 명부를 검토한 결과 약 27만 8000명의 비시민권자가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각 주 정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즉각 삭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연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신분증과 시민권 증명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법안'의 처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의회는 세이브 아메리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내일 전화를 들어 하원과 상원의 의원들에게 전화하고, 지체 없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편투표는 본질적으로 부패해 있다"며 질병과 장애, 군 복무, 출장·여행 등의 경우를 제외한 우편투표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가 실제 투표 결과 조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 세력이 2020년 대선 당시 실제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국가정보국장실과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청(CISA)은 2021년 공개한 평가 보고서에서 해외 세력이 미국 선거 인프라에 접근하거나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실제 개표 결과를 변경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이 입수한 미국 유권자 데이터가 기밀이 아니었으며, 조작될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중국 측은 연설에 앞서 미국 선거 개입 의혹을 포괄적으로 부인했다.
류창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시작 전 로이터통신에 "중국은 미국의 내정과 선거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연설에 맞춰 트럼프가 언급한 문건들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공개한 자료의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페이지에 '중국의 미국 유권자 데이터 획득 및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핵심 증거 압축파일은 미 동부시간 16일 밤 기준 내용물이 없는 빈 파일 상태였다.
함께 공개된 2020년 7월 CIA 문건은 중국 정보요원들이 미국 대선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보 수집을 시도한 정황을 담았지만, 당시 중국이 선거 결과에 은밀히 개입할 의도는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문건도 개표 시스템을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만큼 광범위하게 조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비시민권자 유권자 27만 8000명이라는 수치의 산정 방식에도 논란이 제기됐다.
SAVE 시스템은 본래 정부 복지 혜택 수급 자격 확인용으로, 시민권을 취득한 '귀화 시민'을 비시민권자로 잘못 분류하는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국토안보부 내부 문건에 따르면, 각 주 정부가 자발적으로 SAVE 시스템을 통해 대조한 6800만 건의 기록 중 확인된 비시민권자 등록 건수는 약 2만8000명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7만 8000여 명이라는 수치는 SAVE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캘리포니아 등 4개 주의 공개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추정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악관은 전자 투표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 문제도 제기했으나, CISA은 이를 외부의 공격이 아닌 제도적 한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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