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국방장관 "공습만으론 이란 못 바꾼다…경제적 압박 해법"

에스퍼 "공중전 중심의 대이란 전략, 호르무즈 해결에 한계"
"이란과 장기전은 美에 전략적 부담…정교한 설계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03.1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가 현재 미국의 대이란 전략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공중 폭격만으로는 이란의 태도를 바꿀 수 없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군사력과 대중국 억지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 참석을 계기로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몇 달 전처럼 폭격을 확대해 장기간 지속한다고 해서 이란의 태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군사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에스퍼는 이러한 접근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회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경제적 질식(economic strangulation)'을 제시했다. 에스퍼는 "이란을 압박하는 방법은 전면적인 군사 공격과 경제적으로 숨통을 조이는 것, 두 가지뿐"이라며 군사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압박은 효과를 거두기까지 시간과 인내,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 역시 일정 기간 높은 유가와 휘발유 가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전이 미국의 군사력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방부가 이미 수백억 달러의 전쟁 비용을 투입하고 수년 치 탄약을 소모했지만, 전쟁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에스퍼는 "내가 가장 우려하는 전략적 경쟁 상대는 중국"이라며 "이란과의 소모전으로 미국의 전투 준비태세와 탄약 비축량이 약화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동에서 장기전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결국, 에스퍼의 주장은 군사적 압박과 경제적 압박을 결합한 종합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의 군사력 소모와 중국 대응 능력 약화라는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명확한 목표와 출구 전략을 갖춘 정교한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에 함께 참석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경제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그는 "지금은 어떤 핵합의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난과 정부 내부의 균열 속에서 이란이 스스로 약화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다시 개발·실전 배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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