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하는 호르무즈 통제에 수개월간 수천명 투입 필요"
WSJ "이란 공격 위협에 선박들 오만 항로 외면"
"근접호위 땐 미군도 위험…이란 남부 점령은 더 어려워"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통제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동의 없이 상선의 안전 통항을 보장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병력과 위험 감수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실질적으로 개방하려면 미 군함이 상선을 밀착 호위하거나 이란 남부 해안을 장악하는 대규모 지상 작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어느 쪽이든 상당 규모의 미군 병력과 장기간 작전 수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란 측이 자국의 승인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그 대응 차원에서 이날까지 5일 연속으로 이란 남부 해안의 방공체계와 해안방어시설, 미사일·드론 기지, 해상 전력을 집중 공격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현재 중동 지역에 배치된 병력은 5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미군의 연이은 공습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선사들은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WSJ는 "14일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기록된 선박 21척 중 미국의 지원 아래 오만 인근 남쪽 항로를 이용한 선박은 1척도 없다"고 전했다. 해당 선박 중 16척은 이란이 승인한 북쪽 항로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쪽 항로를 이용할 경우 이란의 공격을 받을 수 있음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군은 지난 5~6월 전투기·드론·헬기를 동원해 해협 내 상선을 오만 해안 쪽 항로로 통과시키는 작전을 벌였으나, 이는 오히려 이란이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들을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유조선 1척을 호위하려면 군함 2척, 선단 단위로는 최대 12척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군함을 포함한 이들 선박이 줄지어 좁은 해협을 지날 경우 이란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킬 박스"(kill box, 화력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켜 적의 이동을 차단하고 격멸하기 위해 설정한 구역)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 남부 해안과 해협 주변 지역을 지상군으로 장악해 통항 안전을 확보하는 극단적인 선택지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엔 수천 명의 병력 투입이 필요할뿐더러,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WSJ가 전했다. 게다가 산악지대가 많은 이란 남부의 지형적 특성상 미군이 이곳에 상륙해 지상전을 벌일 경우 오히려 후방으로부터의 공격에 취약해질 위험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발전소·교량·도로 등 기반 시설까지로 공습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간 이란이 미군의 연이은 공습에 중동 역내 미군기지 공격으로 맞대응해 온 점을 감안할 때 공습 규모 확대는 이란의 반발 수위를 높여 주변국 피해를 키울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 국방정보국 이란 담당 부서장을 지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협을 장악하고 싶다면 직접 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보유한 전력으론 군사·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란이 최근 미군의 공습을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폐쇄 방침을 밝히자, 미국도 14일부터 대이란 해상 봉쇄를 재개했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해상 봉쇄 재개 후 첫 24시간 동안 미군은 이란으로 향하던 상선 2척을 우회시키고 경고를 무시한 유조선 1척을 미사일로 무력화했다.
이런 가운데 미·이란 양측 모두 협상력을 높이고자 전면전 복귀는 피하면서 제한적인 확전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출구'를 찾지 못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대규모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전문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이란은 해협 통제권 주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절감만 커질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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