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결렬 후 '출구 없는 전쟁'…트럼프, 대응 선택지 좁아져"
NYT "미사일 공격도 외교 협상도 성과 없어…출구전략 無"
"통행료 부과 국제법 위반이라더니 '20%' 요구…모든 정당성 훼손"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안전 비용 징수 계획으로 이란과의 휴전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3일 연속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실시했다. 지난달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에서 종전 MOU는 "별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며 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략은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는 화물가액의 20%를 '안전 비용' 명목으로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아랍에미리트를 거론하며 "우리는 세계에서 매우 부유한 지역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보상을 받고 싶다"고 부연했다.
폭탄·미사일 공격과 외교 협상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뚜렷한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징수 계획은 이란의 통행료 부과가 국제법 위반이라던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원칙과 배치된다.
근래 몇 주 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행료 부과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어떤 나라도 국제 수로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며 "우리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관행"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통행료가 이란이 부과하려던 통행료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언제까지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픽액스 마운틴'(Pickaxe Mountain·곡괭이 산) 타격을 시사했다. 픽액스 마운틴은 심각한 피해를 본 이란의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인근에 위치한, 강력한 요새화가 이뤄진 시설이다. 서방 정보기관은 이곳에 이란이 미신고 농축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이라는 근간 원칙을 포기함으로써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 권리가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 공동의 이익을 지키는 수호자인 척 한 꼴"이라며 "유럽 국가들에게 해협 통제권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라고 요구한 다음 그들에게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비웃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전적으로 옳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하고 확실한 통행을 보장해 주는 누구든, 그 대가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조롱조로 반응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쓴 '수호자'(Guardian)라는 표현을 빌어 "이란은 항상 이 해협의 수호자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면서도 "20%는 물론 너무 많다. 우리는 공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전이 결렬된 발단은 MOU 제5항이다. MOU 제5항은 "MOU에 서명하는 즉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에 이르는 해역과 반대 방향을 통항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한다. 무상 통항 기간은 60일로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제5항이 선박 통행 복원의 열쇠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란은 해당 조항이 이란의 통제권을 인정한다고 해석하며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됐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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