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6년만에 日최대폭 급등…"호르무즈, 전쟁 이전으론 못가"
브렌트유 9.6% 오른 배럴당 83달러…2020년 이후 최대 상승률
걸프들 우회 송유관 확대 추진…종전 후에도 리스크 상존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호르무즈 해협 일대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2020년 이후 최대폭으로 뛰었다.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 이전으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주말 사이 미국·이란 간 교전이 재개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이 각각 10% 가까이 급등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이날 9.6% 오른 배럴당 8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봉쇄 충격 이후 유가가 반등하던 2020년 5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이다. WTI 선물도 9.4% 상승한 배럴당 78.14달러로 마감해 올해 4번째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레이철 지엠바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와 이 지역이 과거의 정상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라며 "오히려 가능한 한 빨리 다른 수송 경로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말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던 핵심 통로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선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막히고 일부 물량만 비밀 항로를 통해 제한적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이른바 '나초(NACHO, 호르무즈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없다-Not A Chance Hormuz Opens-는 뜻의 영어 표현 약어) 거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구조적 취약점으로 보고 우회 송유관과 대체 수출항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들 국가의 송유관 증설 및 기존 송유관 확장 계획이 완료되면 2027년 말까지 전쟁 전 걸프 원유 수출량의 45% 이상이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계획이 앞당겨질 경우 2028년 말에는 우회 비율이 7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다만 대체 경로 구축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송유관 자체가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단 우려도 크다. 지엠바 연구원은 "새 송유관을 만드는 것보다 이를 보호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의 추가 상승 위험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 대거 방출하면서 198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또 아시아 구매자들은 중동산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중남미와 서아프리카, 미국산 원유 구매를 늘리고 있다. 반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오히려 수입을 크게 줄이며 현 가격대에서 적극적으로 물량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미·이란의 군사행동이 확전과 보복의 장기 순환 속에 있으며 "일시적으로 공격이 잦아들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근본 갈등은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이번 전쟁을 통해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실행에 나서면서 '칼집 속의 칼'을 꺼낸 만큼 설령 종전이 되더라도 역내 근본적 평화가 정착되지 않는 이상 해협이 언제든 닫힐 수 있다는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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