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늪에 발목잡힌 트럼프·푸틴…출구 못 찾고 딜레마"
5년째 우크라 침공 푸틴 "끝까지 간다"…이란 공습 6주 만에 발 빼려던 트럼프
美 "푸틴 뚝심 배워야" vs 러 "트럼프처럼 손절해야"…엇갈린 시선 속 군사력 한계만 노출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각자 일으킨 전쟁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5년째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푸틴 대통령은 막대한 손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쟁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6주 만에 끝내려다 4개월 넘게 분쟁에 휘말리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NYT는 두 강대국 지도자의 상반된 전략이 오히려 둘 모두를 수렁에 빠뜨리며 군사력의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군사력을 동원했음에도 정치적 목적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전쟁은 5년째에 접어들며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이다. 러시아군 사망자가 35만 명에서 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습으로 러시아 내 극심한 연료난이 빚어졌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최근 국영 언론 인터뷰에서 "키이우 정권을 구제하는 것은 우리 계획에 없다"고 단언하며 전쟁 지속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는 군사적 압박을 서방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유일한 지렛대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정반대다. 그는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지 불과 6주 만인 지난 4월 휴전을 모색하며 출구 전략을 폈다.
그러나 최근 이란의 상선 공격과 미국의 보복 공습이 이어지며 다시 두 나라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을 향해 "쓰레기", "악마"와 같은 거친 말을 쏟아내면서도, 전쟁이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며 속내를 드러내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모습에 미국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퇴역 장성인 잭 킨은 과거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군사작전을 멈추면서 협상 지렛대를 잃었다"며 "전쟁을 계속하며 협상하는 것이 푸틴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의 뚝심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러시아 엘리트층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조기에 포성을 멈추고 손실을 줄이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푸틴도 저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손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러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섣불리 휴전을 선언해 군사적 압박이라는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도자의 서로 다른 목표 설정 방식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완전 장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저지' 등 구체적이고 경직된 목표를 내세워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을 "파괴하겠다"고 했다가 "다른 나라도 갖는데 이란만 못 갖는 건 불공평하다"고 말을 바꾸는 등 목표가 계속 바뀌었다.
두 지도자가 각자 판 함정에 스스로 갇힌 형국이 됐지만,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입장을 여러 차례 바꾸며 나름의 유연성을 보인 덕에 발을 뺄 공간은 마련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이란 특사를 지낸 로버트 맬리는 NYT에 "푸틴과 달리, 트럼프는 (전쟁) 목표가 널을 뛰듯 갈팡질팡했기 때문에 자신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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