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기업, 미국산 대신 '중국산 AI'로 선회…"가성비 최고"

FT "美 AI 모델 요금인상·수출통제 여파…저렴한 中 Ai 주목"

딥시크 이미지.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전 세계 기업들이 급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사용료를 절감하고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의존도를 낮추려고 중국 AI 모델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픈라우터(OpenRouter)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딥시크, Z.ai 등 중국 AI 기업이 출시한 모델들이 토큰 소비량에서 미국의 경쟁 AI 모델을 빠르게 추월했다.

지난 7일 미국의 배달플랫폼 '도어대시'의 공동 창업자 앤디 팽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국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페이블은 "가장 어려운 작업"에만 맡기고 "낮은 수준의 작업"은 중국 스타트업 '문샷 AI'의 키미 K2.6 모델에 위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팽은 이러한 구성이 앤트로픽 모델만을 사용하는 기존 구성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우수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완전히 중국 AI 모델로 전환한 기업도 있다. 지난달 4일 미국의 스타트업 '린디' 창립자 플로 크리벨로는 X를 통해 "린디 트래픽의 100%를 딥시크 v4로 전환하고 앤트로픽 모델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수백만 달러를 절감했고 많은 핵심 사용 사례에서 성능이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FT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미국 주요 AI 기업들이 일부 기업용 서비스를 정액제 구독에서 사용량(토큰) 기반 요금제로 변경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쓴 만큼 더 내야 하는 가격 구조가 정착되면서 기업들은 불필요한 AI 활동을 줄이며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값싼 중국 AI 모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Z.ai의 GLM-5.2가 코딩 작업 등의 영역에서 최상위 AI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중국 AI가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성능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의 샘 브레스닉 연구원은 "기업들은 업무량의 일부를 더 저렴한 모델로 전환할 인센티브가 있다"며 "필요한 업무량의 상당 부분에서 중국 AI 모델이 일반적으로 작동 가능한데, 앤트로픽이나 오픈AI에 왜 프리미엄을 지불하겠는가?"라고 FT에 반문했다.

또한 중국 AI 모델은 상당수가 가중치(weight, 모델이 학습하여 얻은 핵심 값)를 공개하는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사용자가 모델을 전면 수정하기는 어렵지만, 오픈소스 모델처럼 기업이 내려받은 뒤 특정 용도에 맞춰 자체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일부 기업들은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미토스와 페이블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를 계기로 중국 AI 도입을 확대했다.

캐나다 AI 그룹 코히어의 에이단 고메즈 CEO는 "미토스 금지 조치는 분명 가장 실질적인 사건이었고, 사람들은 접근 권한을 박탈당했다"며 "업무량을 특정 업체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줬다"고 FT에 말했다.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는 AI 모델의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미국 모델과 함께 프랑스의 '소버린 AI'로 유명한 미스트랄, 딥시크, Z.ai 등 중국의 AI 모델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

인사관리(HR) 분야 스타트업 타임버틀러 역시 미국 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약 6개월 전부터 자사 업무 중 일부를 앤트로픽 클로드 대신 알리바바의 큐원(Qwen) 모델에 맡기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 회사 'RTP 글로벌'의 미국 부사장 톰 셰리던은 "유럽 기업에는 자체 서버에서 호스팅할 수 있는 중국산 모델이 미국산 모델보다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며 유럽 스타트업에 대한 자신의 조언이 최근 바뀌었다고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