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는 거의 무한…거품 아니라 '가성비 AI' 시대로 전환"

CNBC방송 분석…기업들 '토큰맥싱' 대신 '밸류맥싱'
겔싱어 전 인텔 CEO "유일한 제약은 전력"

뉴욕증권거래소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최근 반도체주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이 확산하지만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기업들은 AI를 무작정 많이 사용하는 데서 벗어나 투자 대비 수익(ROI)을 따지는 '가성비 AI'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다양한 미국 AI 기업 경영진과의 인터뷰를 종합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 둔화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 방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 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파트너는 "AI 수요는 거의 무한(almost unlimited)에 가깝다"며 "유일한 제약은 전력 공급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능이 높아질수록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메타가 AI 연산 능력을 판매하기로 하고 일론 머스크의 xAI도 유휴 GPU를 임대하면서 AI 인프라가 과잉 구축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하락하면서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 AI 업계는 이러한 해석에 선을 그었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네비우스의 마크 보로디츠키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우리가 경험하는 수요는 엄청나다"며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의 앤드루 펠드먼 CEO도 "메타와 xAI 사례는 특수한 경우"라며 "업계 전체적으로는 연산 능력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돌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투자한 한국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도 "AI 인프라 모멘텀은 여전히 매우 강하다"며 "메타 사례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과잉 투자 신호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광통신 장비업체 루멘텀의 마이클 헐스턴 CEO는 "현재 주문이 향후 5년치까지 모두 찬 상태"라며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능력을 최대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AI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투자 방식은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직원들이 가능한 한 많은 AI를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이른바 '토큰맥싱(Tokenmaxxing)'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투자 대비 수익을 극대화하는 '밸류맥싱(Valuemaxxing)'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로디츠키 CRO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AI 예산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지출을 최적화하려 하고 있다"며 "모든 기술 혁신에서 나타났던 합리화 과정이 AI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펠드먼 CEO도 앞으로는 모든 작업에 가장 비싼 AI 모델을 쓰기보다 업무 성격에 맞춰 다양한 AI 모델을 선택하는 방식이 확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식료품을 사러 갈 때 대형 버스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복잡한 작업에는 최첨단 모델을 쓰고 단순한 작업은 더 저렴한 모델이 맡는 방식으로 AI 활용이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