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다 호르무즈" 강경한 이란…60일 핵협상 한 발도 못나가

美, 호르무즈 상선 피격에 7일 이후 4차례 공습…이란도 보복 공격
'MOU 위반' 공방 속 합의 무산 우려 커져…후속 협상 감감무소식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06.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두고 연일 충돌하면서 지난달 체결한 종전 관련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란 핵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60일 협상'이 사실상 멈춰 섰다.

미국은 이란이 통제권을 주장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겠다며 이란 군사시설을 잇달아 공습했고,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핵보다 중요한" 안보 카드로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NBC 방송 '밋 더 프레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열려 있다"며 "우린 지난밤 이란을 매우 세게 폭격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란이 협상장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비핵화 등에 합의한 뒤 선박을 향해 드론 공격을 가했다며 대이란 공습 배경을 설명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도 이날 호르무즈 해협이 "합법적으로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에 개방돼 있다"며 미군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해 배치돼 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미 동부시간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13일 오전 6시)쯤 이란에 대한 추가 타격을 개시했다며 목적은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통항하는 민간 선원과 상선을 공격하는 이란의 능력을 계속 약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군이 지난 7일 호르무즈 상선 피격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한 이후 4번째 주요한 공격이다. 미군은 앞선 3차례 공습을 통해 총 140여 개에 이르는 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역시 3차례의 공습에 대응해 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 등 역내 주둔 미군기지·시설을 겨냥해 보복 공격을 이어왔다. 이란 국영 언론은 13일 새벽에도 이란이 역내 미군 기지와 해군 시설에 새로운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미·이란 양측이 지난달 17일 체결한 종전 관련 MOU엔 역내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던 핵심 수로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따라 전쟁에 돌입하면서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이 해협 통항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란 측은 MOU 체결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이란에 있다'며 자국이 지정한 항로 등 통항 절차를 따르지 않은 선박들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의 공격을 "야만적"이라고 규탄하며 미국이 지난달 체결한 종전 MOU의 거의 모든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위한 이란의 합법적 조치에 노골적으로 간섭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나아가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 고문도 "이 전략적 해협은 수십 개의 원자폭탄보다 더 중요하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고 반관영 ISNA 통신이 전했다.

미국과의 핵 문제 등에 관한 후속 협상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우선시하겠다는 이란 내 강경파의 인식이 드러난 대목으로 해석된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IRGC 해군은 앞서 "미국의 지역 내 개입이 종료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미·이란 양측은 지난달 MOU 체결 뒤 같은 달 21일 스위스에서 진행된 고위급 회담 및 기술 협상을 통해선 향후 60일 내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는 로드맵에 따라 대이란 제재와 핵 문제, 이란 재건 및 경제 개발, 감시·이행 등 쟁점 현안을 다룰 4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선 각국 상선들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반복된 데다 미국과의 무력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미·이란 간 협상도 출발선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미·이란 양측은 이달 1일엔 카타르 도하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이란의 국외 동결 자금 문제 등에 관한 간접 협상을 진행했으나 역시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미·이란 양측이 올 2월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공격 당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장례가 끝난 뒤인 11일 파키스탄에서 후속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협상 재개 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 사이 이란산 원유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 면허를 보름 만에 취소하기도 했다.

결국 미·이란 간 전쟁 종식을 위한 60일 시한이 벌써 절반 가까이 흘렀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협상 지렛대로 삼으면서 핵 문제 등 다른 쟁점 사항들은 뒤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휴전 합의마저 '없던 일'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