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격도 협상도 실패…'이란 플랜C' 제시 못하는 트럼프"
전문가 "전략적 막다른 골목에 와 있어"
- 김경민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상과 달리 종전 양해각서(MOU)도 이란에 효과가 없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 교착을 빠져나갈 '플랜C'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MOU는 호르무즈 해협을 즉시 개방하고 이란이 수십억 달러 상당의 원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MOU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6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석유제품 거래를 허용하고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을 수 있도록 제재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MOU 체결 3일 전인 지난달 14일 NYT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란이 급류처럼 밀려드는 수입과 서방 은행의 달러에 "빠르게 중독될 것"이라며 "이란에 정말 좋은 거래"라고 자평했다.
또한 이란 협상단이 "MOU에 자랑스러워한다"며 "계속 공격받는 데에 지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란은 근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 3척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미국은 보복 차원에서 이틀 밤 동안 170곳이 넘는 이란 군사 목표물을 폭격했다.
양측이 60일 안에 협상하기로 했던 영구적인 합의에 대한 협상 스케줄은 적어도 현재로선 미정이다.
폭격과 MOU 전략이 모두 실패한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원유 제재와 폭격 기조로 다시 돌아간 듯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이라크 전쟁 초기에 국무부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했던 베테랑 외교관 리처드 하스는 "우리는 일종의 전략적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 우리가 더 많이 공격할수록 이란은 걸프 국가의 석유·에너지 기반 시설을 더 많이 공격할 것"이라며 "정부는 여전히 걸프국의 에너지 시설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엔 폭격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랐고, 다음엔 '항복을 받아내길 바랐으나 둘 다 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이란은 심각하게 분열됐다. 이란 협상단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장례 행렬에서 욕설을 들으며 돌팔매질을 당했다. 분노한 군중으로부터 위험에 처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경호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구출됐다.
결국 이란과 미국이 직면한 의견 차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라고 NYT는 평가했다.
첫 번째 정치적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누가 행사하느냐다. 백악관은 MOU 제5항의 모호함 때문에 난감해졌다.
MOU 제5항은 "MOU에 서명하는 즉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페르시아만에서 오만해에 이르는 해역과 반대 방향을 통항하는 상선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한다. 무상 통항 기간은 60일로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은 제5항이 선박 통행의 열쇠이자 이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이란의 생각은 달랐다. 이란은 제5항을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할 기회로 삼아, 선박들에 자국 해안과 가까운 수로를 이용하도록 강요했다. 궁극적으로는 이란은 해협 통과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NYT는 "모든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난 4월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군사력만으로는 이란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평했다.
또 "이란에서도 어떤 외교적 해법도 그저 미국과 이스라엘의 다음 공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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