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패트리엇 생산 풀고 러 공세 격려…트럼프가 달라졌다
재집권 후 러 편든 중재 통하지 않자 불만 누적…"에너지 공세 깊은 인상"
유럽·젤렌스키 "러 전장 및 국내 수세, 푸틴 압박할 적기" 설득도 효과
- 이훈철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 이후 사실상 중단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중재를 재개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를 편들어 논란이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손을 적극 들어주고 있어 트럼프의 달라진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체계 생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조치로, 우크라이나가 줄곧 서방국가에 요청했던 미사일 지원의 대안 격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만들 권리를 주겠다"며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패트리엇 생산을) 하지 못하겠지만 우크라이나는 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방산 역량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패트리엇'은 레이더와 통제 차량, 발사대, 요격미사일 등으로 구성되는 지대공 방공체계로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부터 제공받은 무기 가운데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가장 신뢰도 높은 체계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추가 지원과 함께 자체 생산을 위한 라이선스 부여를 요구해 왔다. 현재 미국은 독일과 일본에만 패트리엇 생산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 프랑스 에비앙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지난 5월부터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작전에 대해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고 고무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1월 백악관 귀환 직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편들면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할양 등 푸틴 요구에 응할 것을 종용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는 지난해 8월 푸틴 대통령을 국제사회에 복귀시킨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을 비롯해 그동안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재 노력이 효과를 내지 못하자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트럼프 설득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러시아 내부에서도 에너지난 등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이 푸틴을 압박해 조건 없는 휴전을 이끌어낼 적기라고 보고 있다.
리아나 픽스 미국외교협회(CFR) 유럽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 동맹국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에비앙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러시아가 무조건 우위에 있다'는 트럼프의 고정관념을 깨고, 양보를 해야 하는 쪽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라는 점을 납득시키려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에비앙 G7 정상회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푸틴이 압박 없이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의 더 과감한 행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앙카라 회담에서 젤렌스키에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전쟁 종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긴장 고조이지만,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장 고조이기도 하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회동에 배석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에 대해 "최근 몇 달 동안 이 전쟁의 상황을 바꾸고 있는 흐름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이것이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조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향적 태도를 두고 11월 중간선거를 염두해 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란과 종전 협상을 서두른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마무리해 공화당에 불리한 판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계좌' 출시 행사에서 러시아의 키이우 공습과 관련 "나는 그(푸틴)가 압박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것을 끝내기를 원하고, 우크라이나도 그것을 끝내기를 원한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종식에) 훨씬 가까워지고 있다"고 조기 종전을 예고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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