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합의가 왜 충돌로 번졌나…美·이란 MOU 호르무즈 조항의 함정

WSJ "MOU 제5항 해석차가 무력충돌로 이어져"
이란 "해협 통제권 인정" 주장에 美·걸프국 반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07.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 이란과 체결한 종전 관련 양해각서(MOU)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는커녕 새로운 충돌의 불씨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이란 MOU 제5항의 해석차가 최근 2주간 2차례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이란 양측은 지난달 17일 서명한 해당 MOU 중 5항에 "서명 즉시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해로 향하는 상선과 그 반대 방향의 상선이 60일 동안 통항료 없이 안전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5항엔 또 "상선의 (해협) 통항은 즉시 재개·복원하되, 이란이 기술·군사적 장애물과 기뢰를 제거하는 조치를 고려한다"는 내용과 "이란은 오만과의 대화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와 해상 서비스 체계를 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미국 측은 이 조항이 2월 말 이후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통항이 제한됐던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뜻한다며 이번 MOU의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설명해 왔다. 반면 이란 내 강경파들은 이 조항에 따라 "이란의 해협 관리 주도권이 인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란 전쟁 과정에서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였던 각국 선박은 MOU 체결 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 주도로 기뢰가 부설돼 있는 이란에 인접한 해협 북부 연안 항로 대신 남부의 오만 연안 항로로 통항을 시도하자, 이를 이란의 해협 통제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 강경파와 혁명수비대(IRGC)가 해당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단 게 WSJ의 설명이다.

IRGC는 자국이 정한 항로 등 절차를 따르지 않았단 이유로 지난 6~7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상선 3척을 잇달아 공격했고, 이는 이란 남부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공습과 이란의 역내 미군기지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량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 추적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해협 통항 선박은 이달 8일 49척에서 9일 25척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천연가스 수송의 핵심 통로로서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의 수출 생명선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걸프 아랍국들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 '이란의 조치'에 의해서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WSJ은 미·이란 간 협상이 향후 이란 핵 프로그램 등 더 민감한 쟁점으로 넘어갈 경우 MOU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정보당국에서 이란 분석관으로 활동했던 에릭 브루어는 "MOU의 결함은 핵 문제를 피한 데 있다기보다 휴전과 해협 지위, 제재 완화란 핵심 쟁점에서 미국과 이란의 중대한 차이를 덮어버린 데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