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끝났다"는 트럼프, 분노 뒤 협상 주도권 계산[최종일의 월드 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08. ⓒ AFP=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7.08.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이란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강경 대응을 과시하며 군사적 주도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협상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피하고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복합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휴전은 끝났다"… 분노와 보복의 논리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도발과 미국의 보복 공습이 이어진 상황에서 이란을 "쓰레기(scum)", "제정신이 아닌 집단(cuckoo)"이라 부르며 기존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모두가 핵무기 금지에 합의했다. 우리가 합의를 하면 그들은 밖으로 나가 언론 앞에서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조차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뭔가 잘못됐다"고 질타하며 "내 판단으로는 (휴전은) 이제 끝이다(As far as I'm concerned, it's over)"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휴전 합의를 자신이 만들어낸 외교적 성과라고 인식해왔는데, 이란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개인적 모욕감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정상회의라는 국제무대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그간 "양해각서(MOU)와 관련, 이란에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했다"는 국내외 비판을 의식해 미국이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만약 그들이 핵무기를 가졌다면 주저 없이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추가 공격에 대한 명분을 만들고, 여론에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연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2026.07.08. ⓒ 로이터=뉴스1
"시간 낭비지만 대화는 가능"… 외줄타기 전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그는 "그들과 대화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일축하면서도, "우리 협상가들이 원한다면 대화를 계속하도록 두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는 압박을 극대화해 더 유리한 조건의 합의를 끌어내려는 기존의 '거래적 협상 전략'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봉쇄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란의 숨통을 조이는 한편, 전쟁 확대 가능성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이것(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며 "그들이 몇 척의 선박을 공격했고, 우리는 훨씬 더 강하게 그들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는 추가 군사 행동 의지를 보이면서도 유가 상승, 미국 경제 부담, 중간선거를 앞둔 국내 정치적 후폭풍 등 전쟁 확대의 비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이번 충돌을 '전쟁'이 아닌 이란의 '비핵화(de-nuking)' 과정으로 규정하며, 사태의 성격을 제한적 작전으로 재정의하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이미 승리했다"…승자의 프레임 구축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합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전하며, 미국이 이미 "군사적으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제 현장 상황과 별개로 자신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또한, 트루스소셜에 이란 공습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선박 공격에 대한 응징"이라고 밝힌 것 역시, 보복 능력을 갖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통해 이란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려는 상징적 행동이다.

아울러 그는 재임 기간 "8개의 전쟁을 끝냈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는 강경 대응의 명분을 쌓는 동시에, 자신을 '전쟁을 확산시키는 지도자'가 아니라 '힘을 통해 분쟁을 종식하는 지도자'로 각인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