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희토류 자립의 함정…"돈쏟아 생산해도 한일 기업 다 가져가"
FT "미국 내 영구자석 등 제조기반 취약…기업의 희토류 수요 부족"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탈중국'을 목표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육성한 미국산 희토류가 정작 자국 내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고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받은 MP머티리얼스, 에너지퓨얼스, 피닉스테일링스 등 희토류 업체들은 생산한 희토류 산화물과 금속을 한국과 일본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반도체 장비는 물론 전투기와 미사일 유도체계 등 첨단산업과 방위산업 전반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특히 네오디뮴-철-붕소(NdFeB) 기반 영구자석은 첨단 제조업의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희토류 영향력'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부터 정제, 영구자석 생산까지 공급망 전반을 장악한 데 이어 수출 통제를 통해 이른바 '자원 무기화'에 나서며 미중 전략경쟁과 대외 협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희토류 문제를 국가안보 사안으로 규정하고 채굴부터 정제, 자석 생산까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요는 아직 미국보다 영구자석 제조 기반이 탄탄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서 먼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FT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량은 일본이 연간 1만~1만5000톤으로 가장 많고, 한국은 2000~3000톤, 미국은 1000톤 이하에 그친다.
희토류 전문가 토머스 크루머는 FT에 "현재 고성능 영구자석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국가는 사실상 원천 기술을 개발한 일본과 중국뿐"이라며 "미국의 자석 산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닉 마이어스 피닉스테일링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고객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 기업"이라며 "미국 방산업체들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고객들에게 물량을 모두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들이 더 높은 가격을 더 빨리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기업들은 장기적으로는 자국 내 공급망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최대 희토류 생산업체인 MP머티리얼스는 현재 일본이 주요 고객이지만, 향후 자체 영구자석 생산을 확대해 생산 물량 대부분을 미국 내에서 소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제너럴모터스, 애플과 영구자석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에너지퓨얼스도 한국에 희토류 금속 생산시설을 보유한 호주 업체 오스트레일리안 스트래티직 머티리얼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독일 영구자석 제조업체 바쿰슈멜체를 19억달러(약 2조 8400억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하며 미국과 해외 생산기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내놨다.
로스 바푸 에너지퓨얼스 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 회사의 희토류 제품이 바쿰슈멜체의 미국 사업장으로 더 많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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