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도 무소불위' 트럼프 개입 사태…"美월드컵 효과 무너져"
트럼프 전화 후 피파 '美공격수 발로건 징계 번복' 후폭풍
'관세·영토위협' 유럽 재차 충격…美내부서도 "회복하던 美호감 망쳐"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지난해 취임 이후 유럽과 계속 갈등을 겪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축제인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유럽과 충돌하고 있다.
직전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미국 국가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인 폴라린 발로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한 통으로 다음 경기에도 출전이 가능해지면서다.
발로건은 지난 1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발을 밟아 퇴장을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피파)은 당초 규정대로 발로건에게 다음 1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에게 전화해 재검토를 요청한 이후 징계를 1년간 유예했다.
월드컵에서 퇴장당한 선수가 다음 경기에 출전하게 되는 것은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의 가린샤 이후 64년 만이다.
미국의 16강전 상대인 벨기에는 즉각 피파에 항소했으나 피파 항소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벨기에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해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나는 결정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며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만약 전화 한 통이 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설명하는 이유라면 이는 축구와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성명을 통해 FIFA의 결정 번복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전례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며 정당화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도 "축구는 결코 정치권력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미국에 대한 신뢰가 급전직하한 세계인을 미국으로 초청해 모처럼 세계와 미국의 간극을 메우게 된 월드컵 축제의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의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던 이번 월드컵은 이제 그 모든 긍정적인 인상을 뒤덮을 수 있는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조차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드컵 개막 몇 주 동안, 해외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 경기장이나 식당 등을 칭찬하는 글을 쏟아냈는데 이렇게 쌓은 이미지를 한번에 무너뜨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 미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재 폭스스포츠에서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알렉시 랄라스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피파의 결정 번복으로 이제는 미국 대 세계의 구도가 됐다"며 "전 세계가 미국에 보내던 지지와 호감, 선의의 해석은 모두 사라졌다"고 비판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유럽연합(EU)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며 미군 철수를 위협하고, 그린란드 무력 점령 야욕을 보이면서 유럽과의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이 사실상 파국 상태에 놓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주권 영토에 대한 위협이나 피해가 큰 무역전쟁 등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여겨 온 상황에서도 비판을 자제해왔던 유럽 당국자들이 이번 축구 문제에서는 더 이상 침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유럽 담당 매니징 디렉터인 무즈타바 라흐만은 NYT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유럽 정부들에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된다"며 "그는 규칙이나 관행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안에서 무자비할 정도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벨기에 싱크탱크 브뤼헐의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연구원도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이번 사안을 트럼프 아래에서 미국이 얼마나 법과 규범의 제약을 받지 않는 곳인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장기적으로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유럽 우파 지도자들이 그와 보조를 맞추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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