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의 이란 협상대표 암살 시도 우려…이란에도 언질"

NYT 보도 "평화협상 한창이던 4월에 가능성 최고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왼쪽)이 6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협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6.6.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미국은 이스라엘이 종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을 암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때 협상 좌초를 우려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고위 지도부 암살은 전쟁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전략 중 하나였다.

아라그치 장관과 갈리바프 의장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은 한창 휴전 협상이 진행되던 4월 최고조에 달했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일부 관리에 따르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가 협상을 무산시킬 가능성을 걱정해 당시 이란에 해당 사안을 경고해 달라고 역내 다른 국가에게 요청했다. 협상이 중단되면,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란 보안군은 4월 당시 대표단이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의 첫 대면 협상이 진행된 파키스탄에서 이란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스라엘 전투기 두 대가 이라크 인근 서부 국경에서 이란 영공에 진입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2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결국 갈리바프 의장 등을 태운 비행기는 이란 국경과 가까운 마슈하드 공항에 비상 착륙했고, 이란 대표단은 육로로 약 8시간을 이동해 테헤란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모흐센 잔가네 이란 의원은 4월 말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회담을 가진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갈리바프 의장과 아라그치 장관, 그리고 협상단 구성원은 심각한 안보 위험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었다"며 "이는 정치적 술수가 아닌 진정한 희생"이라고 말했다.

이란 전쟁은 2월 28일 미국의 정보에 부분적으로 기반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다른 고위 지도부가 제거되며 시작됐다. 미국이 이란 해군과 미사일 전력을 집중 공격하는 동안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고위 관리를 제거하는 데에 주력했다.

여기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대상으로 삼으려고 했던 보다 실용적인 성향의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카말 카라지 전 외무장관도 포함됐다. 두 사람은 미국과 협상 과정에 참여하던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 이란 신정 정부는 붕괴하기는커녕 더욱 강경해졌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통제력도 강화됐다.

아라그치 장관과 갈리바프 의장은 종전 협상을 진행한 이란 협상단의 핵심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후속 협상의 윤곽을 제시하는 양해각서(MOU)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MOU를 "재앙"으로 여기고 있다. 이란 정권 교체와 이란의 대리 세력 파괴, 이란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이라는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이스라엘이 아라그치 장관과 갈리바프 의장을 표적 명단에 올렸다가 미국이 이란과 협상 개시를 논의하자 일시적으로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라그치 장관과 갈리바프 의장의 암살 음모 가능성을 제기한 건 전쟁 초기엔 유사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가 급속도로 달라졌음을 시사한다고 NYT는 평가했다. 미국은 평화 협정을 원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휴전 후 줄곧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