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소법원, 트럼프 행정부 '노예제·기후변화 전시물 철거' 유지 허용

국립공원 전시물 철거 조치 유지, 최소 51개 전시물 철거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엠블럼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2일(현지시간) 노예제와 기후변화 등을 다룬 국립공원 전시물을 철거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1순회항소법원의 3인 재판부는 이날 판결을 통해 국립공원관리청(NPS)에 철거된 전시물을 원상 복구하라고 명령한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해당 정책으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엔젤 켈리 판사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공원 전시물을 철거한 것은 "화이트아웃 펜으로 국가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불법적 시도"라며 전시물 복원을 명령했다.

이번 소송은 국립공원 보존단체와 역사·과학 관련 단체들이 제기했다. 이들은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관에 부합하지 않는 미국 역사의 일부를 지우기 위한 조직적인 검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3월 미국을 본질적으로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억압적인 국가로 묘사하는 '수정주의 운동'을 비판하며, 과거 또는 현재의 미국인을 부적절하게 비난하는 전시물에 대한 수정·철거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더그 버검 내무장관의 지시에 따라 전국 37개 국립공원 및 유적지에서 최소 51개의 전시물이 철거되거나 폐기됐다.

철거된 전시물 가운데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 국립역사공원 내 '대통령의 집' 전시관에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노예 소유 사실을 설명한 전시물도 포함됐다.

원고 측 대리인인 진보 성향 법률단체 '데모크라시 포워드'의 브룩 멘셸 변호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이 행정부 조치의 적법성 여부 자체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실망스럽지만, 일시적인 절차적 후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미국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들이 계속 제거되고 변경될 수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