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250주년, 하나의 미국은 없다[최종일의 월드 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위대한 미국 주 박람회(Great American State Fair)' 개막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 2026.06.24 ⓒ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위대한 미국 주 박람회(Great American State Fair)' 개막 집회에서 춤을 추고 있다. 2026.06.24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의 독립 250주년을 맞는 올해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미국은 마치 '두 개의 세계'로 갈라선 듯한 풍경이다. 원래라면 통합과 공동의 기억을 상징해야 할 독립기념일은, 이제는 미국 내부의 정치적 균열을 가장 선명하게 전시하는 장이 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두 기념 조직이 있다. 의회가 2016년부터 준비해온 초당적 위원회 '아메리카250'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으로 신설한 '프리덤250'이다. 당초 아메리카250은 교육·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정파를 초월한 국가적 기념을 도모하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며 기념행사의 핵심 기획 권한과 자원이 프리덤250으로 이동했다.

분열은 워싱턴 D.C.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대형 행사의 성격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위대한 미국 주 박람회'와 대규모 정치 집회가 결합한 형태의 행사가 진행 중이다. 행사에는 군용기 비행과 UFC 경기 등이 결합해 기념의 숭고함은 사라지고 볼거리만이 자리를 채웠다.

특히 7월 4일 진행되는 '미국을 위한 경례(Salute to America)' 불꽃놀이는 약 40분간 이어지며, 85만발 이상의 불꽃이 사용될 예정이다. 이 정도 규모는 단일 행사 기준 기네스 기록 수준이다. 행사 시간도 예년보다 거의 2배 늘어났다. 가을에는 청소년 스포츠 행사도 열린다. 대회명은 '패트리트 게임'이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있는 ‘미국을 위한 경례’ 불꽃놀이 행사 안내

반면, LA에서는 유명 미국의 래퍼이자 배우인 퀸 라티파의 사회 아래 컨트리 음악 뮤지션 크리스 스테이플턴, '펑크 음악의 여왕' 샤카 칸,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 등 다양한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공연 중심의 축제가 열린다. 또한 미국 전역에선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분열은 정치적 권력 충돌로도 번졌다. 프리덤250이 의회 예산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사이, 기존의 아메리카250은 제한된 재원 속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프리덤250을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 프로젝트"라고 비판하는 반면, 트럼프 측은 아메리카250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실제 실행력을 갖춘 조직은 프리덤250뿐이라고 맞선다.

문화적 균열 역시 명확하다. 프리덤250은 전통적 애국주의와 군사적 영웅주의, 보수적 역사관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선 노예제, 인종 문제, 이민의 복합성을 지우고 역사를 지나치게 미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아메리카250은 보다 포괄적이고 다원적인 역사 해석을 시도하지만, 정치적 영향력과 대중적 가시성에서는 밀리고 있다.

더욱이, 프리덤250이 기획한 행사에는 자신의 개인적 브랜드를 입히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선언서 채택 250주년을 기념하는 이 행사가 "트럼프 집회"가 될 것이라고 소셜 미디어에 밝혔다. 박람회에선 모든 주에 부스가 배정됐지만 매사추세츠와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당파적 색채를 지적하며 공식 참여를 거부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린 '위대한 미국 주 박람회' 개막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6.06.24 ⓒ AFP=뉴스1

미국의 건국 250주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사건을 넘어, 현재 미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체성 위기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되었다. 한쪽은 전쟁 승리와 군사력, 국가주의의 서사로 미국을 재구성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다원성과 역사적 불평등, 시민 참여를 중심으로 기념의 의미를 확장하려 한다.

기념과 기념식은 과거를 회상하는 행위인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왜 기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정치적 행위다. 기억의 방식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올해의 분열된 250주년은 합의의 기반이 무너진 미국 민주주의의 위태로운 단면을 방증하고 있다. 기억이 갈라진 나라에서, 하나의 미래를 꿈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