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란전쟁으로 외교적 영향력 확대…美는 패권 한계 드러나"

"中, 전쟁 기간 평화 옹호자 자처…트럼프 포함 외국 정상 연쇄방문"
"미국 주도 세계 동맹 체제 분열 신호…미국판 '수에즈 위기' 관측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6.05.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이란 전쟁으로 미국은 힘의 한계가 드러났고 중국은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게 됐다고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중국은 이란 전쟁 기간 신중한 외교적 노선을 유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을 규탄했고,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석유 구매를 계속했다.

동시에 양측과의 소통을 지속하며 평화 옹호자 역할을 자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중국과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감사하다"는 찬사를 수차례 받았을 정도다.

전쟁이 장기화되며 여러 외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달엔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과 이란 사이를 중재하는 파키스탄 지도부도 베이징을 찾았다.

중국이 17일 공식 서명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외교적으로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중국에 있어 수많은 외국 정상의 공개 방중은 책임감 있는 세계 강대국이자 중재국이라는 메시지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고 CNN은 평했다.

더구나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풍부한 전략적 석유 매장량과 친환경 기술·전기 자동차 도입 덕분에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역사적인 에너지 위기를 주변국보다 훨씬 잘 극복할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은 시험대에 올랐다.

일부 전문가는 이란 전쟁이 미국에 이른바 '수에즈 위기'와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50년대 영국의 수에즈 운하 통제권 상실을 지칭하는 말로, 영국의 국제적 쇠퇴와 세계 패권국으로서 미국에 추월당하게 된 전조로 널리 인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6.05.14. ⓒ AFP=뉴스1

쑨더강 푸단대학교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수에즈 위기 당시 영국 제국에 드리워졌던 그림자가 지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에 다시 재현되고 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또한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이 됐다"면서도 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미국이 상상했던 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어 주변 동맹국의 지지 부재는 "미국 주도의 세계 동맹 체제가 점점 분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정치평론가 후시진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중국은 멀리 떨어진 중동 전쟁에서 '승리의 후광'을 두르는 데 관심이 없다"고 썼다.

또 이번 전쟁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억지력을 "상당히 약화시켰다"며 미국의 무기 비축량 한계와 이란처럼 고립된 적에 대해서조차 서방 연합군을 구성할 능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약화된 미국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다. 중국은 전쟁을 이용해 미국과 미국 동맹국이 주도하는 안보 환경의 종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CNN은 내다봤다.

칭화대학교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쑨 청하오 연구원은 "미국은 여전히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외부 행위자"라며 "달라진 부분은 이제 미국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큰 정치적·군사적·경제적·명예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쑨은 전쟁으로 인해 주권·내정 불간섭·정치적 해결·개발 지향적인 안보를 강조하는 중국의 세계관이 많은 국가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