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첫발 뗀 트럼프…'통제 불능' 이란·이스라엘에 협상력 더 약화
공화당 강경파 "너무 양보했다" 내부 반발도 부담
WP "이란 정권, 해협 봉쇄 위협의 힘 맛봐"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 타결 노력이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또 위협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교전을 이어가는 데다가, 공화당 내 강경파까지 트럼프가 지나친 양보를 했다고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휴전을 종전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지만, 핵 프로그램 제한을 둘러싼 이란의 태도는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가 이처럼 주변 상황도 좋지 않다.
JD 밴스 부통령은 스위스에서 이란 고위 협상단과 만나 핵무기 개발을 막는 대신 제재 완화를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2월 전쟁 발발 전보다 미국의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지원을 약속했지만 더 이상 정권 교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이란이 탄도 미사일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말하며, 이러한 무기에 위협을 느끼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불편하게 했다. 또한 주식 시장의 상승세를 저해할 만한 어떤 것도 피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전쟁 전 이란 지도자들은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월 28일 피살된 이후에도 정권이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의 석유 운송을 막는 것이 이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을 보여줬지만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선박 공격 위협만으로도 자신들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이란은 드론과 기뢰로 세계 석유·가스 공급의 20%가 오가는 해협을 차단해 실제로 선박 운항은 전쟁 전 하루 평균 130척에서 20척으로 급감했다.
휴전 합의 후 트럼프는 "휴전 기간 60일 동안 통행료는 없다"고 선언했지만, 이란은 새로운 통행료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해협을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강조하며 자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내놨지만, 실질적 집행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 트럼프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에 위협적인 메시지를 계속 올리는 것이 된다. 이날 트럼프는 이란이 레바논 대리 세력의 무력 활동을 즉각 중지시키지 않으면 이란을 더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했지만 WP는 이란이 그의 경고를 이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 전문가이자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 모두에서 중동 정책 자문을 해온 애런 데이비드 밀러 역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다시 반격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전쟁을 재개하거나 해상 봉쇄를 다시 시행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결과를 피하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에 대한 억지력을 스스로 약화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측근들은 이란 해군과 미사일 발사대가 상당 부분 파괴됐다고 주장하며, 새 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협상과 개혁에 더 적극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공격에 대응해 레바논 내 거점을 계속 타격하고 있어 협정 이행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스라엘이 협정을 흔들 가능성을 경고했다.
휴전 합의에서의 레바논 조항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를 흔드는 요소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게 되면 미국은 이스라엘보다 이란 편을 들어야 하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란은 헤즈볼라의 공격 중단을 약속했지만, 최근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병사 4명이 사망하면서 불신이 커졌다. 미국 내에서도 "이스라엘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끌려 들어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8%가 지난 2월 이란전쟁을 시작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악화한 인플레이션은 트럼프 지지층에도 부담을 주고 있어, 오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20일 밴스 부통령은 회담을 위해 출발하면서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겠다"며 낙관론을 내비쳤지만, 이란의 협상력이 강해진 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계속되는 점, 그리고 지지층의 반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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