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밟았던 트럼프 이름 18자, 176일만에 철거…시민들 환호

법원, 케네디센터측 '철거 중단' 요청 모두 기각…"개칭은 의회 권한"
시민들, 새벽 작업에도 현장 나와 지켜봐…"이제야 온전해진 느낌"

13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케네디 센터)에서 작업자들이 법원 명령에 따라 건물 외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제거하자 모여든 시민들이 이를 환영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미국 워싱턴의 유서 깊은 문화예술센터인 '존 F. 케네디 센터'의 건물 외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철거됐다. 2주 전 이 명령을 내린 연방법원이 외벽 간판 철거를 막아보려는 케네디 센터 측의 요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원상 복원이 이뤄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오전 3시쯤(현지시간) 케네디 센터 건물 정면의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윗쪽에 자리잡았던 '도널드 J. 트럼프와'(The Donald J. Trump and) 18개 알파벳이 사라지면서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The John F. Kennedy Memorial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 이름이 되돌아왔다며 "트럼프 이름은 176일 동안 외벽에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쿠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전날(12일) 항소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트럼프 이름 제거 명령을 중단해 달라는 케네디 센터 측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센터 측은 다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긴급 집행중단을 신청했으나 항소법원도 전날 오후 7시쯤 이를 기각했다.

케네디 센터 앞에서 열린 '예술에 손대지 말라'(Hands Off the Arts)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법원의 두 번째 기각 소식을 전하자 시민들이 "지금 당장 그 이름을 내리라"며 환호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소송을 이끈 케네디 센터 당연직 이사인 민주당의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오하이오주)도 현장에 나와 "벅찬 감정"을 전하며 "불의에 맞서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기상 악화로 인한 작업자 안전을 고려해 전날 밤 12시인 '2주 시한'을 이날 낮 12시까지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고, 이날 오전 11시쯤 센터 측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철거 작업이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새벽에서야 시작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150명이 센터 앞에서 작업을 지켜봤다. WP는 "마치 축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한 주민은 케네디 센터 건물 이름이 바뀐 것이 마치 "끔찍한 흉터"처럼 느껴져 그동안 일부 주민들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건물을 쳐다보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며 "이제 안도감과 함께 온전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12일(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케네디 센터)에서 작업자들이 법원 명령에 따라 건물 외벽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제거하기 위해 작업용 비계를 설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인 지난해 2월 케네디센터 이사회 의장으로 자신을 임명하고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으로 구성했다.

지난해 12월 이사회는 케네디 센터의 명칭 변경을 의결한 직후 트럼프의 이름을 건물 외벽에 붙이며 논란을 키웠다. 명칭 변경 뒤 이에 반발한 연주자들이 줄줄이 공연을 취소했다.

쿠퍼 판사는 지난달 29일 케네디 센터 전면 개보수 작업을 일시 중단할 것, 2주 이내에 건물 외벽과 웹사이트, 기타 자료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셔틀버스 외관, 안내 책자, 기념품 의류·가방 등 모든 관련 물품에서도 지우도록 했다. 지난달 판결 직후 웹사이트와 유튜브 페이지에서는 트럼프 이름이 삭제됐다.

쿠퍼 판사는 "케네디 센터에 그 이름을 지어준 것은 의회로, 이를 변경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의회뿐"이라고 밝혔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