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CCTV를 첩보무기로 바꿨다"…푸틴 떨게 한 신종 감시혁명

FT "수백만시간 단숨에 분석해 추적…국민감시망이 적국 정보자산 돼"
"러, 하메네이 암살 계기 보안체계 재점검…중국·인도 정부도 긴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화상으로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5.08.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인공지능(AI)의 막강한 첩보 역량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카메라 공포를 촉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푸틴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을 인터넷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한 뒤에야 재가동했다.

러시아가 이례적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AI를 통한 폐쇄회로(CCTV) 영상판독에 따른 첩보로 암살된 영향이 크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테헤란 시내 교통카메라와 감시카메라에서 확보한 방대한 영상을 AI로 분석해 하메네이와 핵심 참모진이 회동하는 장소와 시간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과정에서 고위 안보 관계자들이 사망했다.

AI가 전 세계 도시 곳곳에 CCTV를 사실상 첩보 자산으로 바꾸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수백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AI가 분석해 특정 인물의 위치와 행동 패턴을 추적할 수 있게 되면서, 국가 지도자들마저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동을 찾는다"…얼굴인식 뛰어넘은 AI

AI를 통한 CCTV 영상판독은 감시 기술의 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 얼굴인식 기술은 특정 인물이나 차량번호를 찾아내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AI는 언어 명령만으로 수천 개 카메라가 촬영한 방대한 영상 속에서 특정 행동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은 사람 △외형을 바꾼 인물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지나는 차량 △가방을 주고받는 두 사람 등을 자연어 검색으로 추적할 수 있다.

한 유럽 정보당국 관계자는 FT에 "이제 우리는 사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찾는다"며 "감시 기술의 성배(Holy Grail)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콘투어(Conntour)의 마탄 골드너 최고경영자(CEO)는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컴퓨터와 대화하듯 영상 속 장면을 검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재국가의 감시망이 오히려 약점으로

또 FT는 가장 큰 변화가 "감시 시스템의 역설"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러시아·이란처럼 국가 차원의 대규모 감시망을 구축한 나라일수록, 적대국이 해당 시스템에 침투하면 오히려 도시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대한 정보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최근 지방 안보 책임자들에게 "이란 고위 관리 제거 사례는 명백한 경고 신호"라며 영상감시 시스템의 취약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FT는 인도 정부가 최근 중국산 감시카메라 퇴출 시한을 설정한 것도 같은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역시 AI 기반 차세대 감시카메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외부 세력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카메라를 설치하는 쪽은 중국이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침투 방법을 찾는 것뿐"이라는 서방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AI 시대에는 감시망 자체가 국가 안보의 새로운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