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완전한 합의 어렵다…'무늬만 합의'나 전면전 가능성"

美싱크탱크 CSIS, 100일 넘은 이란 전쟁 시나리오 3가지 제시
70% 반전여론·미사일 고갈 등에 트럼프 '부실 합의' 수용 몰려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과거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 고(故)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고(故)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가 그려진 대형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06.07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00일을 넘어선 이란 전쟁의 향후 시나리오들을 제시했다. CSIS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모나 야쿠비안은 '평화 합의', '불완전한 거래', '전면 충돌 재개'의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전쟁의 향방을 분석했다.

첫 번째인 '지속 가능한 실효적 평화'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의 조건 없는 전면 개방과 함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한하고, 그 대가로 제재 완화가 이뤄지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해외로 반출하고 고강도의 불시 사찰을 수용해야 하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핵심 전략자산의 포기라는 점에서 이란 내부 강경파의 입장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두 번째는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껍데기뿐인 합의' 혹은 '교전 재개' 시나리오다. 이는 대내외 압박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가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란에 유리한 양보와 제도적 허점을 사실상 용인하는 형태다.

여기에는 해협의 조건부 개방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금융화하거나 언제든 해상 물류를 차단할 수 있는 위협을 상시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또 이란에 대규모 자금을 선제적으로 지급하는 상황이 포함될 수 있다.

야쿠비안은 이 시나리오에서 핵 문제 역시 실효적 사찰 장치가 배제된 채 불완전하게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란을 핵 보유 직전 국가로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 세 번째는 통제 불능의 파국인 '전면 충돌 재개' 시나리오다. 협상 복귀가 완전히 실패할 경우 임시 휴전은 붕괴하고 양측은 전면적인 군사 충돌로 복귀하게 된다.

이란과 대리 세력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걸프 지역 전체의 민간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장기 폐쇄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우 이란은 핵 개발을 가속해 단기간 내 핵무장에 접근할 수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면 지상전 외에는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중동 전체가 장기 전쟁 국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야쿠비안은 이러한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껍데기 합의'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복합적인 압박이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적으로는 미국 국민의 약 70%가 전쟁 조기 종료를 지지하고 있으며, 전쟁권한법 관련 하원 결의안 통과는 여당 내 지지 기반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NBA 플레이오프 3차전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26.06.08 ⓒ 로이터=뉴스1

경제적으로는 원유 비축 감소로 공급 충격과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고, 군사적으로는 미사일 방어 체계 소모로 인해 미국의 방위 역량이 점차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쿠비안은 가장 이상적인 '실효적 평화 시나리오'가 도출되기 어려운 구조적 배경으로 미·이란 협상의 중첩 구조를 지목했다.

양국의 대화는 본 협상으로 복귀하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라는 '대화를 위한 대화' 단계가 선행돼야 하며, 이것이 성립돼야 60일간의 휴전 기간 핵 협상이 재개되는 구조다. 그러나 현재 MOU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조건을 둘러싸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또한 이란은 개전 초기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면서 억제력과 투사력, 협상 레버리지라는 세 가지 전략적 이점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란이 미군 함정을 포함한 선박을 상대로 기뢰 부설이나 드론·미사일 공격을 강화할 경우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군사적 대응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야쿠비안은 진단했다. 이는 이란의 해협 통제력이 일정 수준의 억제 효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이란은 협상 복귀의 대가로 약 24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금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전후 재건 비용과 미국에 대한 불신이 결합한 요구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이란 핵합의(JCPOA)를 강하게 비판해 온 정치적 입장 때문에 이란의 금전적 요구나 해협 통행료 징수 방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MOU가 체결되더라도 본 핵 협상은 추가적인 난제를 안고 있다. 이란은 440kg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HEU) 해외 반출을 거부하고 있으며, 농축 동결 기간 역시 미국의 20년 요구와 이란의 5년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야쿠비안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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