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시진핑 방북, 북러 밀착 속 대북 영향력 재확인 의도"

"시진핑, 北 궤도 이탈 원치 않아"…"中, 북러와 냉전식 3각 동맹에는 거리두기"
WSJ "김정은, 러와 밀착으로 한층 강화된 입지 확보…시진핑, 영향력 회복 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6.6.8 ⓒ 신화=뉴스1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가운데 미국 주요 언론은 8일(현지시간) 이번 방북에는 약화한 대북 영향력을 재확인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존 델러리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베이징은 북한이 자국의 궤도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반대로 북한 역시 중국 권력에 완전히 빨려 들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양국 관계의 역학 구도"라고 설명했다.

델러리 연구원은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이란 전쟁과 지난달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정보를 중국으로부터 얻으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오랫동안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국면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공개 지지는 자제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향후 트럼프와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이란 전쟁과 관련한 발언 수위를 조절해 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델러리는 북한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기존 통일 노선을 사실상 폐기한 만큼 중국 역시 이러한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현재 북한과 한국 모두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냉전 종식 이후 중국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라며 "그러나 위기가 발생하거나 남북 간 긴장이 급격히 높아질 경우 이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날 보도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크게 확대하면서 중국이 평양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울러 북한이 러시아에 구소련 무기 체계와 호환되는 탄약과 1만 2000명 이상의 병력을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이전보다 더 큰 협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WP는 이번 방북이 시 주석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북중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출발점"에 서 있다고 강조한 시 주석의 노동신문 기고문을 소개했다. 시 주석은 기고문에서 "중국은 조선과 함께 중조 관계를 전략적 높이에서 틀어쥠으로써 중조 관계가 시대와 더불어 더욱 큰 발전을 이룩하도록 추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 경제·무역 협력 확대와 농업·건설 분야 협력, 국경 지역 인적 교류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WP는 중국이 최근 북러 군사협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문가의 언급도 전했다.

중국 난징대 국제관계대학장인 주펑은 WP에 "문제는 러시아와 북한이 아시아를 1950년대로 되돌려 이른바 중국·러시아·북한 3각 군사동맹을 형성하기를 희망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중국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냉전 구조"라고 말했다.

주펑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해 북한의 병력과 군사 장비를 필요로 하는 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와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며, 베이징은 이러한 북러 밀착이 중국의 전략적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관련 기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며 과거보다 훨씬 강한 입지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WSJ은 "평양은 확대되는 군사·경제 협력을 통해 모스크바와 더욱 가까워졌고, 경제는 수년 만에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김정은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참여를 자신 있게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핵 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시 주석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누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명백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고 소개했다.

WSJ은 또 "시진핑에게 이번 방문은 서방에 맞서는 중국 중심의 단결된 전선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와 긴밀한 동맹을 통해 더 강해진 북한 지도자에 대한 베이징의 영향력을 다시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시 주석이 회담에서 최근 재개된 베이징-평양 간 여객열차와 항공편 운항이 양국 간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양국이 관광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것보다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 구축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도 진단했다.

WSJ은 특히 시 주석이 북한과의 동맹을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대안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개발과 안보 분야에서 중국을 중심에 두는 국제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북한은 각자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하고 함께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지켜야 한다"고 한 발언을 소개했다.

아울러 WSJ은 시 주석이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중국이 우려하는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의 핵심 안보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의 전략적 공조를 중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8일 오후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중국 측에선 \'비서실장\' 격인 차이치 중앙판공청 주임, 왕이 외교부장, 둥쥔 국방부장,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류하이싱 대외연락부장 등이 배석했다. (신화통신 갈무리) ⓒ 뉴스1 정은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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