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戰 출구전략 놓고 '포괄적 빅딜' vs '제한적 휴전' 논쟁
"의제 확장할수록 전쟁 위험"…"임시 봉합은 또 다른 전쟁" 반론
"일관성없는 메시지와 불신…협상 막는 최대 장애물" 지적도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이란 전쟁이 휴전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외교·안보 매체 '리스폰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RS)'가 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쟁점은 협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핵 문제와 중동 질서 재편 등 광범위한 의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 집중하는 '제한적 합의'가 맞서고 있다.
먼저 현실주의 성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는 제한적 합의론이 제기된다. 미국 보수 매체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의 앤드루 데이 선임 편집장 등은 협상 의제를 넓힐수록 오히려 전쟁 재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외교적 진전이 있을 때마다 미국 내 대이란 강경파와 친이스라엘 진영의 반발이 커지면서 협상 조건이 복잡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수용하기 어려운 이른바 독소 조항이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데이 편집장은 RS에 "외교가 진전을 보일 때마다 강경파는 압박을 강화하고 더 강한 요구를 내놓는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외교가 오히려 전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벤 프리드먼 정책국장 역시 "핵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협상은 전쟁 종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반드시 큰 틀의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제한적 합의만으로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휴전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만으로는 향후 군사 충돌 가능성을 제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과거 이란 핵합의(JCPOA) 당시에도 긴장 관리에는 일정 부분 성공했지만 구조적 적대 관계는 해소되지 않았다며, 현재 상황은 당시보다 더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파르시 부소장은 "소규모 합의는 핵심 쟁점을 뒤로 미루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재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대형 합의가 마련될 경우 이를 추진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포괄적 합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발리 나스르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합의가 가능하지만 현재까지는 양측의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R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에도 미국은 최대 수준의 요구를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보상만 제시하고 있다"며 "진지한 협상을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 능력과 지역 내 영향력을 재확인한 상황에서 향후 협상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2018년 핵합의 탈퇴와 최근 군사 충돌을 거치며 양국 간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도 협상의 구조적 장애로 꼽힌다.
프리드먼 국장은 "어떤 형태의 합의든 가장 큰 장애물은 신뢰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 아이디어스 인스티튜트'의 수만트라 마이트라 연구책임자 역시 미국 정부 내부의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안보 보장을 신뢰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나스르 교수는 양측이 단계적 신뢰 구축 조치를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제한 완화나 군사 태세 조정 같은 조치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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