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협상 속 美·이란 국지적 충돌…美내부반발 더해져 '혼돈'

트럼프는 '아브라함 협정' 구상까지 꺼내 불확실성 확대
"공격 강화 지시" 네타냐후, 헤즈볼라 표적 70여 곳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2026.5.21. ⓒ 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장용석 김경민 기자 =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카타르 도하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장 밖에서는 군사 충돌이 이어지고 정치권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확산하면서, 전쟁의 신속한 평화적 해법 마련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CNN, 이란 타스님통신 등에 따르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이날 카타르 도하에 도착해 고위급 협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외교적 합의 도출을 목표로 카타르 중재진과 연쇄 회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F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방문이 "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핵심 단계"라고 평가하며, 협상의 주요 의제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 처리라고 보도했다.

특히 헤마티 중앙은행 총재의 동행은 최종 합의의 핵심 변수로 거론되는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역시 이날 오전부터 도하에서 "집중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논의 의제에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재개,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해외 동결 자산의 단계적 해제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대표단은 우선 카타르 중재 하에 전쟁 종식 양해각서(MOU) 초안을 조율한 뒤, 이후 미국 측과의 간접 협의로 이어가는 구조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선(先) 휴전, 후(後) 협상의 2단계 구조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60일간 유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이 기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제거해 항로를 정상화하고,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 완화 및 일부 제재 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내용이다.

또한 휴전 기간 양측은 핵무기 비보유 원칙을 전제로 우라늄 농축 중단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핵심 협상 과제로 삼는다. 미국은 이란의 가시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이행이 확인될 때만 제재 완화와 자산 동결 해제를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합의안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을 관리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으나, 이는 조건부 휴전 성격으로 전면 종전이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찾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가운데). 2026.04.25 ⓒ 로이터=뉴스1

이와 관련해 24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앞으로 몇 시간 안에 세계에 좋은 소식이 전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휴전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은 질서 있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표단에 합의를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온도 차에는 공화당 내 강경파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입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과의 최종 합의는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 공화당 내에서는 MOU 내용이 전해지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너무 성급히 합의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친트럼프 성향 의원들은 60일 휴전이 이란에 시간을 벌어 군사적·전략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이란과의 합의가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을 사실상 외교적 해결이 필요한 지배적 세력으로 인정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중동 내 영향력 균형이 이란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파키스탄,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 등 6개국에 대해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사실상 조건으로 요구했다. 나아가 이란까지 해당 구상에 포함하는 아이디어로, 중동을 '통합적이고 강력한 경제 연합체'로 재편하기 위한 핵심 구상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를 단순히 전쟁 종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임기 중 추진했던 '아브라함 협정 확장' 구상과 결합해 외교적 성과로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 핵능력의 완전한 해체 등 이번 전쟁의 핵심 목표 달성이 흔들리자 다른 성과를 덧붙이려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구상의 현실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파키스탄과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가 없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수교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만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맨 왼쪽)와 바레인, UAE 외교장관들. 2020.09.15 ⓒ AFP=뉴스1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이스라엘 미국대사였던 댄 샤피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아브라함 협정 확대 자체는 지지하지만, 이를 전쟁 종식 협상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동 통합은 경제 협력, 지역 협정,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진전 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전쟁 종식 협상의 일환으로 국가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농축 우라늄(핵먼지!)은 즉시 미국에 인계돼 본국에서 폐기되거나, 가능하다면 이란 이슬람공화국과 협력·조율 하에 현지 또는 기타 용인할 수 있는 장소에서 미국원자력위원회 또는 그에 준하는 기관의 참관하에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직접 회수해 폐기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이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전쟁 목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추가적으로 후퇴했다"며 "이란 지도부는 자신들의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식의 협상 전략이 진전을 보인 데 대해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협상과 동시에 현장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내 미사일 기지와 기뢰 부설 선박을 타격하며 '방어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고, 이란은 새로운 방공 시스템으로 스텔스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준관영 SNN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라라크 섬 부근에서 이란 선박들을 공격해 이란인 수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또 다른 전선인 레바논에서도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강화를 지시했고, 이스라엘군은 베카 계곡과 남부 레바논 등지에서 공습을 확대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24시간 동안 70개 이상의 헤즈볼라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인 사망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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