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해외원조도 거래주의…"환자 데이터·지원금 맞교환"
FT "USAID 예산 삭감 후 '美 우선주의' 보건 전략 추진"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의료 데이터를 제공받는 대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거래주의' 해외 원조를 확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대폭 삭감한 뒤 이 같은 방식의 '미국 우선주의 글로벌 보건 전략'(AFGHS·America First Global Health Strategy)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년 12월 이후 30여개 국가와 향후 5년간 총 206억 달러(약 31조 원)를 지원하는 대신 최대 25년간의 보건 데이터를 공유받는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약을 맺은 국가들은 환자 데이터와 병원균 표본을 미국에 제공하는 동시에 지원금의 3분의 1 수준을 관련 사업에 자체 투입한다는 공동 투자 약정을 이행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조건으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의 개도국들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결핵, 말라리아, 모성 건강 등에 관한 MOU를 대거 체결하고 있다.
브래드 스미스 미 국무부 국제보건 고문이 트럼프 행정부의 새 해외원조 정책을 주도한다. 스미스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미 연방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출범한 정부효율부(DOGE)에서 보건복지 분야 개혁에 관여한 인사다.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개도국들로부터 확보한 보건 데이터가 제약·빅데이터 분야 미국의 민간 기업들에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나, 잠비아, 짐바브웨 등 일부 개도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원조 접근법이 환자 사생활과 국가 주권 침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요아데 알칼리자 나이지리아 보건부 특사 겸 아프리카백신보급연맹(AVDA) 공동의장은 "보건 시스템의 재식민화"라며 "우리 데이터로 백신·진단 도구를 개발하고 우리는 남은 부스러기만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미래 전염병 확산에 대비하려면 각국의 데이터와 검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1월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로 다자 시스템을 통해 관련 자료를 공유받을 길이 막혀서다.
국제보건 비영리단체 암레프 헬스 아프리카의 기틴지 기타히 박사는 "원조가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항상 알고 있다"면서도 미국 우선주의 보건 전략의 '권력 불균형'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HIV 퇴치 및 보건사업 자금이 절실한 개도국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미국과 성급히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AFGHS를 통해 국제보건에 역사적인 상호 호혜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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