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숨통 조이는 트럼프…과거엔 아바나 호텔사업 꿈꿨다

쿠바 개발 위해 돈 지불·트럼프 경영진 방문 등 첫 대선 전 폭로돼
대통령 된 후엔 쿠바 압박으로 선회…원유 공급 차단·카스트로 기소

3D 프린터로 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형상 뒤로 쿠바 국기가 보이는 일러스트. 2026.01.09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 미국의 금수조치를 직접 위반하면서 비밀리에 쿠바에서 사업을 벌이려고 애썼던 것이 최근 다시 조명되고 있다. 예전에는 아바나 호텔을 꿈꾸던 사업가였던 그와, 현재 관광과 교역은 물론 석유까지 차단하며 쿠바의 숨통을 조이는 그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당시 더컨버세이션 등의 매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은 2016 대선 캠페인 기간과 취임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 정책을 미국인에게 "불리한 거래"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대선 캠페인 동안 트럼프 그룹이 쿠바에서 사업하는 것을 검토했다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이는 보수 성향 쿠바계 미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대표적으로 뉴스위크는 트럼프 호텔 & 카지노 리조트의 경영진이 1998년 트럼프의 승인 아래 미국 컨설팅 회사인 세븐 애로우즈 투자 개발 공사에 쿠바 출장 비용을 지불하여 회사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개발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 개인과 기업은 인도적 지원 활동 및 통신 수출과 같은 극히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고는 쿠바에서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또한, 미국 정부의 여행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허가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무역 전문가들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호텔이 연방 정부의 허가 없이 쿠바를 방문하는 것은 연방 법률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호텔 & 카지노 리조트가 세븐애로우즈에 돈을 지불한 것은 트럼프의 첫 대선 출마 선언 얼마 전이었다. 당시 미국의 대쿠바 제재를 위반한 이 출장 비용은 자선 프로젝트로 위장해 처리됐다고 알려졌다.

그 후 몇 년 사이에도 트럼프 경영진이 쿠바를 자주 방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그룹의 여러 임원과 고문들이 쿠바에서 골프 사업을 하기 위해 애썼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루소 골프 환경 컨설턴트는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쿠바를 12차례 정도 방문했다. 하지만 이들은 골프와 조류 관찰을 위해 쿠바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트럼프 그룹은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해외 신규 사업을 중단했다. 이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군부 독점체제를 미국 달러로 지탱하지 않겠다"며 쿠바 관광산업을 직접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관계는 이에 따라 트럼프의 첫 번째 임기 직후부터 삐걱거렸다. 두 사람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2018년 페루 미주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했다. 대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이 날 선 발언을 주고받으며 양국 긴장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선 이란 전쟁이 끝나면 다음 군사작전 타깃은 쿠바라고 공공연히 언급했고 "불량국가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올해 1월 초부터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비롯해 쿠바로의 모든 원유 공급을 사실상 차단했고, 쿠바는 극심한 경제·에너지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급기야 미 법무부가 94세인 카스트로를 기소했다. 1996년 쿠바 공군 전투기가 민간 항공기를 격추해 미국인 등 4명이 숨진 사건의 책임을 물어 30년 만에 기소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관광 규제는 미국인들이 쿠바 군부기업 가에사(GAESA)가 운영하는 호텔이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GAESA는 쿠바 전체 관광산업의 40%를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유럽계 호텔 체인과 제휴된 시설도 미국인들에게는 금지됐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라이선스를 받아 아바나 호텔을 관리하던 메리어트 인터내셔널만이 미국 기업으로서 쿠바에 진출했지만, 이조차 현행 규제 아래서는 불법이다.

이에 따라 쿠바 관광산업은 외국 호텔체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쿠바 관광산업은 잦은 정전과 미국의 제재 여파로 크게 위축됐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420만명에서 2025년 기준 약 220만명으로 반토막이 됐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