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이란 정권교체 카드, '한때 앙숙' 前대통령이었다"

NYT 보도…과거 '이스라엘 절멸' 외치던 아마디네자드, 반체제 행보로 연금
전쟁 첫날 '탈옥 공습' 실패…부상당한 아마디네자드 변심 후 잠적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2006년 2월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이슬람 혁명 27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자료사진) 2006.2.1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 초기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을 앉히려 했던 비밀 계획이 실패로 끝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이 계획은 아마디네자드 본인과도 사전 조율됐으나 그를 구출하려던 이스라엘의 공습이 빗나가면서 첫날부터 어그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개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내부의 인물"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공언했는데, 그 인물이 바로 아마디네자드였던 셈이다.

아마디네자드는 한때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려야 한다"고 외쳤던 강경파 인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때 '앙숙'이었던 그를 대안으로 고려한 배경에는 그의 최근 정치적 행보가 있다.

퇴임 후 그는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대립하며 정권의 부패를 비판했고, 이로 인해 2017년부터 세 차례나 대선 출마를 금지당하는 등 반체제 인사로 분류됐다.

미국은 이런 그가 이란의 정치·사회·군사적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2024년 6월 2일 이란 테헤란 내무부에서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2024.6.2 ⓒ 로이터=뉴스1

아마디네자드를 이란 지도자로 세우려던 계획은 이스라엘이 주도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아마디네자드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해방시키는 것을 첫 단계로 삼았다.

이스라엘 공군은 전쟁 첫날 테헤란에 있는 그의 자택 인근 경비 초소를 공습했다. 이 작전의 목표는 아마디네자드를 감시하던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들을 제거하고 그를 자유롭게 만드는 일종의 '탈옥' 지원이었다.

그러나 이 공습으로 아마디네자드 본인도 부상했다. NYT는 미 관리와 아마디네자드 측근을 인용해, 죽을 고비를 넘긴 그가 이 정권교체 계획에 환멸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그는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계획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고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과도 정부와 협력한 '베네수엘라 모델'을 적용할 사례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아마디네자드 측근 역시 "미국이 그를 베네수엘라의 델시 로드리게스처럼 이란을 안정시킬 인물로 봤다"고 NYT에 전했다. 아마디네자드 또한 2019년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행동가"라고 칭찬하며 관계 개선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계획은 실패로 끝났고 이란 정권의 붕괴를 유도하려던 더 큰 구상 역시 무산됐다. 이스라엘은 최고지도자 제거, 공습, 쿠르드족 동원 등을 통해 이란 정권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란의 저항이 예상보다 훨씬 완강했던 것이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치 지형과 체제 복원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최고지도자를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속 대안을 마련하려던 위험한 도박이 시작과 동시에 실패로 돌아가면서 양국의 대이란 전략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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