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출시 전 美정부가 승인하라"…마가 60명 트럼프에 촉구

백악관 '규제 완화' 기조와 정면 충돌…보수 진영 내 균열 심화
스티브 배넌 등 60여명 서한 "AI는 핵무기처럼 다뤄야"

도널드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 전략가인 스티븐 배넌. 2024.6.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 세력의 핵심 인사 60여 명이 인공지능(AI) 모델 출시 전 정부의 의무적인 테스트와 승인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입수해 보도한 이 서한은 AI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해 온 백악관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서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혁신 친화적' AI 정책에 대한 보수 진영 내부의 첫 공식적인 반기라고 할 수 있다.

백악관은 지난 3월 '국가 AI 입법 프레임워크'를 발표하며 새로운 규제 기관 신설에 반대하고, 주 정부별로 난립하는 AI 법안을 연방법으로 무력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일관된 논리였다.

하지만 서한에 참여한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기술은 인간을 섬겨야지,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슬로건을 내건 보수 단체 휴먼스 퍼스트(Humans First)를 중심으로 뭉쳤다.

서한은 "생물무기 설계를 돕거나, 국가 핵심 기반 시설에 침투하고, 금융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은 핵무기나 항공 시스템과 동일한 수준의 심각성과 주의를 기울여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한은 AI 기업 경영자들을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은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들이 아무런 안전장치나 책임감 없이 대중을 상대로 실험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위대한 국가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인의 안보와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AI 기술 개발을 소수 거대 기술 기업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불신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번 서한을 주도한 인물 중에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활동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포함됐다. 그는 자신의 팟캐스트 '워룸'을 통해 1년 넘게 AI가 가져올 대량 실업 등 사회적 위험을 경고해 왔다.

배넌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서한은 우리를 다음 단계로 이끈다"며 "AI에 대한 의무적인 테스트와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MAGA 세력의 움직임은 최근 워싱턴 정가를 뒤흔든 'AI 쇼크'와 무관치 않다.

AI 기업 앤트로픽이 개발한 미토스 등 최첨단 AI가 인간 해커를 능가하는 사이버 공격 능력을 보여주자, 행정부 내에서도 AI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이 때문에 백악관은 기존의 완전한 방임주의에서 한발 물러나, AI 모델에 대한 정부의 검토 절차를 도입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