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발목 잡힌 미·중…‘안보 의제’ 빠지고 ‘비즈니스 딜’만 남아

이란서 체면 구긴 트럼프, 에너지 위기 직면한 시진핑
핵·AI·대만 난제 산적…'성과'는 보잉·농산물 구매 그칠 듯

ⓒ 뉴스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란 전쟁이라는 변수가 미중 정상회담의 기대치를 크게 낮추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이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이번 정상회담에 '축소된 목표'를 가지고 임하게 됐다고 12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단기간에 굴복시킨 뒤 미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회담을 주도하려 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의 핵 시설은 잔해 아래에 그대로 묻혀 있고, 중국의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봉쇄된 상태다.

이는 오히려 강대국인 미국이 이란에 발목 잡힌 모습으로 비쳤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굴욕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계산 착오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처지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원유 수입의 3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한국 부산에서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그럼에도 정치적 우방이자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이란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의 군사 행동을 지지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이번 회담의 무게중심은 외교·안보에서 경제 분야로 급격히 기우는 모습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대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협상을 주도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회담을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 성과를 우선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중국의 미국산 제품 대규모 구매 약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보잉 항공기나 미국산 대두 같은 대규모 구매 계약을 통해 환심을 사는 전략을 여러 차례 사용해 왔다.

이는 양국 간의 구조적인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깝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핵심 쟁점들은 이번에도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핵무기 증강에 대한 통제를 원하지만, 중국은 미국·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의사가 없음을 여러 번 드러냈다.

또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AI 미토스 같은 초고도 모델의 등장은 사이버 안보 논의를 시급하게 만들었지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양국이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클 프로먼은 NYT에 "중국의 중상주의 경제 모델, 대만 흡수 의도, 이란·러시아 지원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늉조차 사라졌다"며 "이번 회담은 미중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을 다루는 게 아니라 안정과 유지를 위한 관리 차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