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주 급락…필라반도체지수 장중 6.8% 후퇴 1년래 최대폭

AI 랠리 과열 경계에 차익실현…퀄컴 12%↓·마이크론 4%↓

미국 반도체 기술기업 퀄컴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이 컴퓨터 메인보드 위에 놓여 있다. 2023.3.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온 미국 반도체주가 12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단기간 과열된 랠리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장중 한때 6.8% 급락하며 1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후 낙폭을 일부 줄였지만 결국 3% 하락 마감했다. 다만 연초 이후 상승률은 여전히 60%를 웃돌고 있다.

브로드컴, 인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이날 S&P500과 나스닥100지수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한 종목 가운데 포함됐다.

특히 퀄컴은 12% 급락하며 반도체주 약세를 주도했다. AMD도 3% 넘게 하락했다. 최근 AI 메모리 랠리 중심에 있었던 마이크론은 4% 넘게 떨어졌다. 마이크론은 최근 한 달 동안 50% 이상 급등했던 종목이다.

올해 들어 폭등세를 보였던 인텔도 6.8% 급락했다. 하지만 인텔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20% 넘게 상승한 상태다. 마이크론 역시 이날 3.6% 내렸지만 올해 상승률이 160%를 웃돈다.

반면 엔비디아는 0.6% 올라 주요 반도체주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덜했던 데다 다음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AI 관련 반도체 랠리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아이언사이드매크로이코노믹스의 배리 냅 매니징파트너는 블룸버그에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안해졌고 이런 급등 이후 비중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리스크 관리"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실적 성장 스토리가 둔화한다고 볼 만한 근본적 변화는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서스케하나인터내셔널그룹(SIG)의 크리스 머피 파생상품 전략 공동책임자는 "역사적 수준의 반도체 랠리가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었다"며 "이번 조정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지만 AI 투자 열풍에 대한 FOMO(소외 공포)가 여전히 강한 만큼 하락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역방향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ETF인 'SOXS'는 이날 9%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하는 콜옵션 거래량도 폭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도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 핵심에 있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이 회담 전 포지션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SLC매니지먼트의 데크 멀라키 매니징디렉터는 "반도체주는 미중 협상의 중심에 있는 업종"이라며 "회담 이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월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 자체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웨이브캐피털매니지먼트의 리스 윌리엄스 수석전략가는 "시장 전체로 투자 대상이 확산되기 전까지는 자금이 계속 AI·반도체 섹터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은 강세론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