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러 CSIS 선임고문 "美, 전쟁 등에 韓역할 압박 계속될 것"

[NFF2026]"합리적 美요청은 응하는 게 한국 국익에도 부합"
"미중경쟁은 세계관 문제…'안미경중 불가능' 李대통령 매우 정확"

시드니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이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뉴스1 미래포럼에서 '동맹 현대화 vs 전략적 자율성: 한국의 좌표는'을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7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시드니 사일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7일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한국에 더 큰 역할을 하라는 미국의 기대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의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미국의 합리적 요청에는 응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며, 이를 설득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사일러 고문은 이날 '회복에서 도약으로: 규범 없는 국제질서 속 한국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여의도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뉴스1 미래포럼 2026'(NFF 2026) 참석차 가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 "한국 선박을 보호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며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다른 관계자들이 대중을 설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 55%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한다는 지난 3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그렇게 통찰력 있는 수치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반대 여론이 호르무즈 해협의 필요성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정부의 충분한 설득 노력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는 불가능? "Never say never…실패한 것은 美 아닌 北"
지난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판문점에서 회동을 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국장 등을 역임한 사일러 고문은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 불가능하다는 일각의 전망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말라"(never say never)며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북한 문제에서 다른 진전을 이루는 데 장애물인 것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서는 단계적인 비핵화 조치와 그에 대한 보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긴장을 낮추고 신뢰를 쌓으면서 CVID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가 북한 비핵화가 단시일 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며 북한과의 '차가운 평화'(cold peace) 전략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향후 북한과의 외교방향을 설정할 비교적 좋은 정책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일러 고문은 차 석좌가 지난 30년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선 역대 대북 정책이 "계속 억제력을 보장했고,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았다"며 "실패한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합의를 원한 적이 없으며, 시간을 벌고 핵 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외교를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과 관련해 사일러 고문은 이러한 반미 성향의 권위주의 국가들이 더 강해지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비핵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이나 제재 완화 없이 생존하고 자강한다는 북한의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일각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왔던 것에 대해 사일러 고문은 "왜 한국은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 북미관계 개선뿐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부터 트럼프 대통령까지 역대 모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다며 "미국과의 대화가 단절된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잘못이다.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김정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李대통령 '안미경중 불가능' 발언에 "매우 정확한 평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은 더 이상 취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사일러 고문은 "매우 정확한 평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인기 경쟁, 구애 경쟁이 아니고 두 개의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는 문제"라며, 한국에게 미국은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말했다.

사일러 고문은 미국이 "중국의 행동을 올바르게 만드는 한중관계라면 반대하지 않는다. 한중관계가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이 한국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은 매우 강하고, 직관적이며,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 등 외교를 잘 이해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한다"며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사일러 고문은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에서 30년간 북한 문제를 다룬 베테랑 분석관으로, 미국 내 최고의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 담당 국장으로서 한반도 정책을 조율하고 이후 국무부 6자회담 특사로 대북 외교를 총괄했다.

gwkim@news1.kr